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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링컨의 두 얼굴’ 진실게임

입력 | 2008-11-08 03:01:00


◇ 가면을 벗긴 링컨/토머스 J 디로렌조 지음·임동진 옮김/204쪽·1만 원·소화

◇ 정직한 법조인 링컨/마크 E 스타이너 지음·임동진 옮김/430쪽·1만5000원·소화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 때문이다. 정치적 고향이 미국 일리노이 주라는 점,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 등이다. 링컨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했고 오바마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떨어졌다. 두 사람의 장기는 연설과 토론이다.

링컨은 세계적인 위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미국에서 링컨을 비판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된다. ‘가면을 벗긴 링컨’은 이에 대해 논쟁적인 주장을 제기한다.

미국 메릴랜드 로욜라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위대한 정치가 링컨’의 상당 부분이 허구적이라며 “남북전쟁은 노예해방 전쟁이 아니며 주의 권리를 앞세우며 연방을 탈퇴하려는 남부를 무력으로 분쇄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링컨이 진정한 정치가였다면 연방의회의 동의 없이 남부를 침공하기보다 당시 수정헌법에 따라 각 주의 연방이탈권을 인정하면서 이탈한 주들이 연방으로 복귀하는 것이 미국에 최선임을 설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링컨은 또 흑인을 아프리카, 아이티,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로 추방하는 방안을 옹호했고 “백인과 흑인의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도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링컨이 헌법의 수호자라는 것도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인신보호영장(구속적부심제)을 정지시키고 자신을 반대하는 수백 개의 신문을 폐간하고, 모든 전보를 검열하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 시장을 불법으로 투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링컨이 사실심 변호사(판사와 배심원 앞에서 법정 변론에 주력하는 변호사)로 철도 기업의 이해를 대변한 로비스트였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함께 출간된 ‘정직한 법조인 링컨’의 저자는 생각이 다르다.

미국 사우스텍사스대 법대 부교수인 저자는 변호사로서 링컨의 삶을 조명하면서 “링컨은 언제라도 정직한 인간이 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으며 그의 신념이 경제발전이었으면서도 경제 개발이나 고객인 철도 회사의 이익에만 매달린 대변자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링컨은 사회질서와 법을 최우선으로 여겼는데 이런 생각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들어온 사건은 모두 맡아 그 사건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됐다. 공교롭게도 이런 생각이 그를 둘러싼 논쟁의 시발점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많은 사람이 링컨의 반(反)노예주의 신념을 의심하게 만든 ‘흑인 여성 제인의 사건’이다. 1847년 링컨은 한 사건에서 노예 소유주를 대변하다 패소했다.

켄터키 주의 노예 소유주가 노예법을 폐지한 일리노이 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흑인 노예들을 데려와 일을 시켰는데 흑인 여성인 제인 브라이언트가 네 자녀와 함께 농장을 떠나자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한 사건이었다.

저자는 당시 링컨이 노예제를 반대했지만 개인적 신념보다 사건의 수임이 우선이라는 자신의 철칙을 따랐다고 말한다. 결국 링컨은 사건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정직’했지만 ‘도덕적’으로 항상 옳지는 않았던 셈이다.

두 책은 임동진 법무법인 남산 고문변호사가 번역했다. 역자는 번역뿐 아니라 주를 통해 원서의 오류를 바로잡기도 한다.

‘가면을 벗긴 링컨’에서 저자는 링컨이 일리노이중앙철도회사를 변호한 사건에서 승소한 뒤 회사에 5000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청구서를 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자는 주를 통해 링컨이 승소액을 50만 달러로 평가했기 때문에 청구액은 승소액의 1%에 해당하고 다른 소송에서 링컨의 보수는 건당 10달러 정도여서 과다한 보수는 아니었다고 지적해 시각의 균형을 돕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