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밤이 무섭지 않아!/위르크 슈비거 글·에바 무겐트할러 그림·한희진 옮김/36쪽·9500원·살림어린이(5∼7세)
다른 아이들처럼 미미도 밤이 무섭다. 혼자 있으면 금세 괴물이 나타날 것 같다.
아이들이 밤의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동화가 적지 않지만 이 책의 다른 점은 어둠을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미가 어둠을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마다 미미 앞에 나타나는 것은 하얀 곰. 곰은 미미가 화장실에 갈 때면 따라와 양치질을 하고 옆집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면 신나게 춤을 춘다. 미미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하얀 곰이 힘들까봐 걱정스러워 곰을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단단히 마음먹고 혼자 밤을 지내보려는데 이번엔 검은 곰이 나타났다!
미미는 밝은 곳에는 하얀 곰, 어두운 곳에는 검은 곰이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늘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밤이라고 느닷없이 외톨이가 되진 않는다는 걸 동화는 차분하게 일러준다.
그림이 재미있다. 방석을 차곡차곡 쌓아 미미와 눈높이를 맞춘 인형, 어둠이 무섭다고 달님을 끌어다가 방을 밝히는 곰…. 찬찬히 들여다보면 웃음이 터져 나올 장면이 많다. ‘작은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안데르센상 2008년 수상작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