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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주영의 그림 읽기]마침내 인어가 된 그녀는…

입력 | 2008-11-08 03:01:00


스쿠버 다이버로 입문한 그녀는 그날부터 장비를 싸들고 지구촌의 바다를 두루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중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바닷속에서만 지냈던 이유는 그녀에게 남다른 꿈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녀가 가진 꿈은 허황된 것 같았지만 자신은 현실로 성취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녀가 품고 있는 꿈은, 바닷속의 아름다운 경치를 언제까지나 만끽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고기와 같이 바닷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아가미로 숨 쉴 수 있으며 헤엄칠 수 있는 꼬리와 몸통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뭍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사람의 체형을 갖추고 태어났고, 물고기는 아가미로 숨쉬는 물고기의 체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엄연했습니다. 그녀가 소원하는 인어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를 품어 줄 수 있는 물고기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10여 년 동안을 바닷속을 누비고 다니던 그녀는 아프리카 서쪽 바다에서 드디어 찾고 있던 물고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알에서 부화시킨 새끼를 입속에 넣어 기른다는 시클리드라는 물고기였습니다. 시클리드 외에도 아나반토이드나 아로와나 같은 물고기는 새끼를 입속에 넣어 기르는 물고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그 물고기는 그녀를 입속에 넣고 품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체형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물고기 입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물고기 역시 그녀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물고기 입안에 몸을 숨기고 바닷속을 거침없이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받아들일 때부터 일생을 마감할 참이었던 거대한 물고기는 자신의 입속에서 생활하려는 그녀에게 아가미로 숨쉬는 방법을 가르쳤고 자신의 꼬리를 그녀에게 물려주어 하반신이 되도록 조처하고 자신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 단 한 마리뿐인 인어가 되었으므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꿈을 이루고 말았습니다.

오대양을 거칠 것 없이 누비고 다니던 인어는 어느 날, 태평양 연안에 있는 작은 무인도에 올라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무인도는 수천 마리의 바다코끼리가 상륙하여 번식하는 장소였습니다. 사나운 바다코끼리는 오직 외양이 자신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유 한 가지로 인어의 퇴로를 차단하고 다짜고짜 달려들어 흉악한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인어가 이룩한 꿈과 가치를 알아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김주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