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저축은행을 쳐다보며 걱정하는데 번 것보다 더 많이 배당을 하다니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7일 예금보험공사가 밝힌 저축은행 배당실적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예보에 따르면 2007 회계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에 저축은행들은 총 1066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저축은행의 배당액은 2004 회계연도 407억 원, 2005년 528억 원, 2006년 906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고 금융위기를 맞은 올해도 여전히 급증했다.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도 2007년 24.1%로 2005년 12.0%에서 두 배로 늘었다.
일부 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 규모를 초과해 배당을 해줬고, 심지어 2개 저축은행은 손실을 내고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2개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졌는데도 배당을 했다.
고객의 돈을 맡은 금융회사가 건전성이 악화됐거나, 손실이 났는데도 주주 이익만 챙기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재발한다면 저축은행이 ‘뇌관’이 될 것으로 금융계는 우려하고 있다. 건설경기 호황기에 저축은행들이 급격히 늘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PF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6%에서 올해 3월 말 14.0%, 6월 말 14.3%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국내에는 230개의 저축은행이 있었지만 절반 이상이 사라져 지금은 106개만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상황은 좋지 않아 ‘○○저축은행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돌곤 한다. 투자자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을 때 한 곳만 부도가 나도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들은 관계 당국에 간절히 요청해 2001년에 ‘상호신용금고’라는 이전 이름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꿨다. 지난해 2월부터는 대표이사 직함도 ‘저축은행장’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저축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저축을 받아 영업을 하고 국민의 세금에 기반한 예금보험제도의 보장을 받는다.
저축은행은 과연 바뀐 이름이나 직함에 맞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그 이름을 쓸 자격이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할 것 같다.
정재윤 경제부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