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4만~8만달러 작품을 62만달러에 구입”
문화부 “공무원법-관세법 위반 확인”
金관장 “착오일 뿐… 법적 대응 검토”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기자브리핑에서 김윤수(72·사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날 김 관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자체 감사 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여행용 가방’(1941년 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관세법을 위반하고 작품 소장자인 미국 리치먼드사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우편을 통해 구입계약을 체결했으며, 적정 가격에 대한 조사 없이 리치먼드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협상하는 등 작품수집 및 관리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 계약직공무원 규정에 따라 채용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화부 조창희 감사관은 “김 관장은 리치먼드사가 제시한 70만 달러의 가격을 근거로 관장 개인이 서신 교환을 통해 62만3000달러에 구입하기로 협의했다”며 “크리스티 같은 해외 경매시장 등에서 유사한 거래의 실제 가격을 조사한 결과 가격이 4만∼8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여행용 가방’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한 작품 중 가장 비싼 미술품이다. 이 작품은 뒤샹이 대표작인 ‘샘’을 비롯해 자신의 작품 60여 점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서류가방 크기의 케이스(39×35×7cm)에 모은 것으로 약 300개의 시리즈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김 관장은 7월 관세청에 이 작품의 반입을 신고하지 않아 관세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돼 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됐으나, 초범에 고령이고 미술품의 관세율이 0%인 점 등이 감안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 관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공동의장 출신으로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노무현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코드 인사’로 꼽혔으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신임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김 관장 재직 시 국립현대미술관이 민중미술계열의 작품을 집중 구매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관장은 문화부 해임 조치에 대해 “구입 과정에 약간의 착오가 있었으나 사소한 것이고 의도적인 것도 아니었다”며 “법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부는 이날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감사에서 2003년 5월부터 2008년 4월까지 20억∼30억 원대의 후원금을 협찬받는 과정에서 직원이 3억∼4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국립오페라단 측에 경찰 수사를 의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