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를 낙관하면 두텁게 두고 싶어진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약점이 자주 보여 보강하고 싶어진다. 이게 함정이 될 수 있다. 약점 보강에 역점을 두다보면 꼭 필요한 자리를 놓칠 수 있다.
흑 97, 99는 그 함정에 빠진 수순. 중앙을 두텁게 하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뜻이었지만 백 102로 훌쩍 뛰어올라 중앙을 삭감하며 하변을 키우자 형세가 바짝 근접했다.
고근태 6단이 흑 97 대신 참고도 흑 1로 어깨 짚어 하변을 삭감하는 수를 못 떠올렸을 리가 없다. 참고도 흑 5까지 확실히 앞선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백의 역습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흑 97에 손을 돌린 것이다.
고 6단은 원하던 두터움을 얻었지만 백의 추격이 가시화되자 또 다른 불안감에 빠진다.
백을 뿌리치기 위해 뭔가 한 건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흑 111의 침입이 이 같은 심리를 반영한 것. 검토실에선 흑 111이 과수라며 백의 반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