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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오프블로그/뒷얘기]美게임캐릭터가 한복 입은 사연

입력 | 2008-11-11 02:58:00

블리자드 온라인게임 속 한복 입은 캐릭터.


■ 닌텐도 DS

일본색채 줄이기위해

전문가 동원 한글번역

■ 진삼국무쌍 온라인

한국인 입맛 맞추려고

자판 바꾸고 채팅강화

인텔 ‘인사이드 팀’ 운영

2년간 아시아문화 연구

미국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깍두기가 등장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배경 속에 석가탑과 남대문이 나오기도 하고 게임 캐릭터에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직접 골라 입힐 수도 있죠. 한국 사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블리자드의 ‘전술’인 셈입니다.

어느 회사나 문화 콘텐츠가 그렇지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앞두고 현지화 작업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드웨어 제품과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소프트웨어 제품은 언어, 문화, 정서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공감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그렇듯 게임 역시 문화로 승부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현지화 작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른바 ‘국민 게임기’로 등극한 닌텐도DS는 일본 게임이다 보니 일본 색채를 띠는 표현을 줄이기 위해 한글 전문가 수십 명을 동원해 번역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 게임 ‘진삼국무쌍 온라인’은 한국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1년이 넘게 현지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 게임을 수입한 CJ인터넷은 한국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키보드 자판으로 조작키를 변경했고 커뮤니티 기능을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게임 문화를 고려해 채팅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국산 게임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이뤄집니다.

이번 주 베일이 벗겨지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은 “그래픽 속 나치 무늬가 유럽에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외지사의 지적을 받고 개발 과정에서 이를 아예 삭제하기도 했죠.

IT 업체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텔은 세계 문화권별로 사람들의 기술 사용방식이 다를 것이란 판단에 따라 사회과학자와 개발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을 운영합니다. 연구팀 가운데 제네비에브 벨 박사가 이끄는 ‘인사이드 아시아’팀은 2년 넘게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7개국의 100개 가구를 대상으로 연구 분석했다고 하네요. 인텔은 이 결과 ‘중국 PC방에는 평균 50대 정도의 PC가 설치돼 있으며 주기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세세한 내용까지 파악했죠. 최근 중국에 3번째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 LG CNS는 ‘좋은 사람’ 확보가 현지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합니다. 이 회사는 중국 현지법인 및 R&D센터 팀장급 직책의 60% 이상을 현지인에게 할당하고 있으며, 인근 대학의 인재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현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