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주제 방식’ 평가 엇갈려
2008 광주비엔날레(9월 5일∼11월 9일)가 막을 내리면서 국내외 미술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신정아 파문’으로 큰 위기를 맞았지만 새로 도입한 ‘최고경영자(CEO)형 상임 부이사장(이용우)’ 체제가 빠르게 제자리를 잡아 전반적인 행사 운영은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 측면에서도 처음 도입한 외국인 감독 체제로 예상됐던 이질감과 혼란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올 비엔날레가 예년처럼 특정 주제를 내세우지 않고 세계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선보인 ‘무(無)주제’ 방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나뉘었다.
올 타이틀은 ‘연례보고(Annual Report)-1년 동안의 전시(A Year in Exhibitions)’였다.
이 방식이 화제작을 관람할 기회를 주기는 했지만 과연 광주의 정체성을 내보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처음부터 제기돼 왔다.
광주의 한 미술 애호가는 “전체적으로 세계를 향한 광주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광주 시민들과 소통할 주제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한정된 주제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선보였다”고 자평했지만, 경향상으로는 ‘제3세계’, 표현기법으로는 사진이 전시공간을 많이 차지해 주류와는 다소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시공간을 대인시장과 의재미술관, 광주극장 등 시내 곳곳으로 확대한 시도는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도심의 대인시장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적용해 상인들과 시민들이 소통하면서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펼친 점은 기록할 만하다.
‘최다 관람객 수 기록’의 부담에서 스스로 벗어난 점도 손꼽을 수 있다.
종전에는 상당수 동원된 학생들이 줄을 이었으나 올해는 자발적인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과 언론인 등의 투표를 통해 드로잉 연작 ‘미군과 아버지’(조동환 조해준 부자 작)를 올해의 기념작품으로 선정해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끈 시도였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