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기간 내내 국내 언론에 버락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정책팀장’으로 소개된 프랭크 자누지의 공식 직책은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전문위원이다. 한반도정책팀장이란 이를테면 그의 캠프 내 역할을 감안해 한국 언론이 붙인 이름인 셈이다. 중국팀장으로 불린 제프 베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일본팀장을 맡은 마이클 시퍼 스탠리재단 연구원도 비슷한 경우다.
▷자누지의 경력을 보면 사실 북핵팀장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평양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지역에 관한 한 오히려 중국, 일본에 대한 이해가 더 깊다. 중국어에 능통하고, 재작년 여름부터 작년 여름까지 일본 히타치사(社)의 후원으로 게이오대에서 연구안식년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 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강의했고, 마지막 강의는 6자회담 시뮬레이션이었다고 한다. 오바마 시대에도 6자회담의 틀은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맨스필드 재단의 한미위원회(US-Korea Committee)가 작년에 양국의 전문가 7명씩을 초청해 ‘포스트 부시,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한반도 정책’을 주제로 집중 토론회를 가진 뒤 보고서를 만들어 차기 대통령 당선인들에게 각각 전달했다.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달한 사람은 자누지. 당시 토론회에 참여했던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가 “한국에서 안식년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하자 자누지는 “동북아 3국은 한 나라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다. 여하튼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면 그가 어떤 자리에서든 실질적인 ‘한반도정책팀장’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최근 정책 협의차 워싱턴을 방문한 기회에 자누지를 만나고 돌아온 외교통상부 황준국 북핵기획단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자누지가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어서 황 단장의 전언(傳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누지가 오바마 당선인의 한반도정책팀장을 맡은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인상비평류(流)’의 판단이나 늘어놓는다는 말인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