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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左편향 역사교과서 死守세력의 과오

입력 | 2008-11-12 02:56:00


한국역사연구회가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권고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에 찬성한 교수 등 676명의 명단을 어제 한 일간지 광고에 공개했다. 이 모임은 민중사 중심으로 역사연구를 하겠다며 1988년 주류 역사학계에서 갈라져 나온 연구단체다. 좌편향 기술로 물의를 빚은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자 일부가 교과부의 수정권고를 거부한 데 이어 역사학 전공자들까지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 모임은 정부가 검인정 교과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교과서의 왜곡된 내용에는 일절 눈을 감은 채 단순한 절차만 문제 삼는 꼴이다. 이들의 교과서 수정작업 중단 요구는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 역사를 두둔하는 현재의 잘못된 교과서로 학생들을 계속 가르치라는 얘기와 같다.

문제의 교과서들은 ‘일장기가 걸려 있던 자리에 펄럭이는 것은 이제 성조기였다’며 은근히 반미 감정을 부추기면서 건국의 의미를 깎아내리는가 하면 분단 책임이 이승만 대통령과 미국에 더 많이 있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북한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했지만 남한에선 ‘독재’와 ‘부패’가 판을 쳤다고 돼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역사를 가르쳐 혁명이라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교육과 학문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은 예비 시민들에게 사회공동체의 합의적(合意的) 가치와 헌법정신을 가르치는 데 있다. 지금의 교과서는 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것인데도 이들은 사상과 학문의 자유까지 들먹이며 거부하고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시비하는 꼴이다.

근현대사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가능한 한 입체적으로 집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일부 역사학자들은 배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편중된 교과서 내용이 역사에 대한 독점의식과 전공 이기주의 탓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과부의 수정권고안은 사회 각계가 요구한 253개 사항 중 55개만을 골라낸 것이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단어를 바꾸라는 식의 지엽적인 권고였다. 그럼에도 역사학계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가는 것은 특정 사관을 고집하는 기득권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선 학교는 이런 사관에 기초한 교과서를 채택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