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예쁜 둘째 딸 지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 제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우리학교 녹색 어머니 해주시면 안 돼요?”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딸아이 것을 신청하면서 한 살 위인 아들 상원이의 신청서에도 동그라미를 그려줬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어느 덧 시간이 흘러서 큰 아들은 벌써 4학년, 작은 딸은 3학년이 됐습니다.
초등학교 앞에는 매일 아침 4명의 어머니들과 저희들끼리 ‘수호천사’라고 부르는 할아버지가 나오십니다. 저희들은 이틀씩 돌아가면서 나오지만 수호천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십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그 할아버지가 참 감사하고 존경스럽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아침마다 듣는 할아버지의 우렁찬 호루라기 소리가 없다면 무척이나 허전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소리가 아쉬워서 지금까지 녹색 어머니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호루라기 소리 외에도 저를 계속해서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척이나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세상의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 시간만큼은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제가 아이들에게 “얘들아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잠이 덜 깨서 눈을 비비면서 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제가 아침마다 아이들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두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아이들은 둘이 자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하게 형제들은 꼭 앞뒤로 가거나 옆에 그냥 걸어갑니다. 아니면 누가 뭘 잘못했는지 한 명은 도망치듯 뛰어가고, 나머지 한 명은 뒤 쫓아 가는 겁니다.
하루는 1학년 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와서는 “아줌마, 혹시 어떤 형아 못 봤어요?”하고 묻는 겁니다.
저는 “글쎄? 어떤 형아? 안경은 썼니?”하고 대답해줬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혼자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아주 씩씩하게 “키가 아주 크고요, 안경은 안 쓰고 가방을 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1학년짜리 아이보다 키가 크고 안경을 안 쓰고 가방을 맨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도통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못 봤을 수도 있으니까 학교에 가서 다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앞니가 하나 쏙 빠져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대답하는데, 어찌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 아이만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며칠 후에 다시 만난 그 아이는 학교에 갔더니 형을 찾았다며 제게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줬습니다. 어찌나 즐겁던지…
이런 식으로 해서 알게 된 귀여운 아이들만 해도 열 명이 넘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밝고 예쁜 아이들을 위해서 내년에도 저는 노란 깃발을 들고 각골 초등학교 녹색 어머니로 아이들을 지켜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경기 안산 |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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