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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눈물 - 웃음 뒤섞인 마당극, 그것이 인생”

입력 | 2008-11-13 02:59:00

‘마당놀이 심청’에서 심 봉사 역으로 출연하는 윤문식 씨(오른쪽)와 딸 심청 역을 맡은 민은경 씨. 윤 씨는 “결국 인생은 희비 쌍곡선이란 걸 심청 이야기가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광대인생 40년…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윤문식 씨

《광대 인생 40년째다.

1969년 극단 ‘가교’의 ‘미련한 팔자대감’전국 순회공연 때 처음 관객과 만났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마당극이었습디다.

꽹과리 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객석에 들어가 대화하고….”

마당놀이 출연만 2800여 회,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라고들 한다.

어찌나 흥겹게 연기를 하는지 음치인데도 사람들이 국악인으로 알 정도다.》

공연횟수만 2800회… 사람들이 국악인으로 알 정도

20일부터 ‘마당놀이 심청’ 공연… “마치 내 얘기 같아”

윤문식(65) 씨. 20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심청’(손진책 연출)에서 심봉사로 출연한다. “얘가 네 번째 딸이에요.” 12일 만난 윤 씨는 함께 온 민은경(심청 역·26) 씨를 가리키며 너스레를 떨었다. 4대 심청이라는 뜻이다.

“얘가 재주가 많아요. 김성녀 씨(‘심청’에서 뺑덕어멈 역을 맡았다)가 일찌감치 점찍은 재원입니다.” ‘극중 딸’ 자랑을 하던 윤 씨가 특별한 고백을 했다. “이번 ‘심청’이 가장 많이 와 닿습니다. 곽씨 부인과 청이 얘기가 내 얘기 같아요.”

당뇨로 15년을 병원에 있던 윤 씨의 아내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내내 그 아내를 대신해 집안에서 엄마 노릇, 아내 노릇을 했던 이가 딸 을정(29) 씨다. 그 딸이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 아버지 식사 챙기는 것에서 집 도배까지 맡았다. 누워 있는 엄마 때문에 아버지 얼굴이 침울해질라 치면 나서서 “아빠 파이팅!”하고 외쳤다. ‘마당놀이 심청’에서 곽씨 부인이 죽은 뒤 어린 심청이 아버지를 봉양하는 장면을 연습할 때 그는 의젓한 딸 생각에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그에게 절절한 장면이 또 하나 있다. 공양미 삼백 석에 팔린 청이가 인당수로 가는 배를 탈 때다.

“딸이 이달 초에 결혼했소. 제 엄마 죽은 직후라 미루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제 엄마도 결혼 날짜 다 알고 떠난 거라고 내가 밀어붙였어요. 사위 될 사람이 병원에 왔는데 아내가 병실에 못 들어오게 하고, 문을 반만 열어놓고 얘기하자 합디다. 장모될 사람 아픈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거지. 그래도 얼굴 뵙겠다고, 들어가겠다고 하니 그럼 병실 불을 끄자고 했어요. 침대 곁에 온 사위 손을 잡고는 미안하다고….” 눈시울이 붉어진 윤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하는 딸이 청이처럼 중전이 되어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결혼이란 게 인당수 같은지라’ 딸을 시집보낸 그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극중에서 청이를 떠나보낸 심봉사가 울부짖을 때 그 자신도 실제로 펑펑 운다.

“효성스러운 자식의 본을 보이는 게 ‘심청’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자식의 효에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어야 하겠다고요.”

곧 아내의 사십구재라는 그는 공연 준비와 방송 출연 등으로 바쁜 날들을 보낸다고 했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이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니냐면서 ‘마당놀이 심청’이 그런 인생의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느냐고 했다. “청이와 심봉사가 그저 평안하게 지내다가 행복해졌습니까? 눈물에, 상처에…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게 없어요. ‘심청’이 그걸 보여줍니다.” 2009년 1월 4일까지. 2만5000∼3만5000원. 02-747-516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윤문식 씨는…

△1943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마당놀이 ‘배비장전’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변강쇠’, 연극 ‘시간의 그림자’ ‘맥베드’,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 ‘번지 없는 주막’, 영화 ‘공공의 적’ ‘두사부일체’ ‘투캅스’, TV드라마 ‘토지’ ‘다모’ 등

△1996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수상, 2006년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 ‘마당놀이 명인’ 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