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4년 전 거래은행 지점장의 권유로 M사가 운영하는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매월 50만 원씩 불입하고 보너스를 탈 때엔 더 넣었다. 작년 10월 3년 만기가 되면서 원금 2500여만 원이 43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가 지금의 약 2배인 2,100에 육박할 무렵이었다. 신바람이 난 A 씨는 만기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해 이 돈을 찾지 않고 묻어두고, 5년 만기 펀드를 새로 더 들었다.
▷4300만 원으로 불어났던 펀드는 지금 완전히 반 토막이 났다. 5년 만기 펀드는 아예 거들떠보기도 싫어졌다. 작년 10월 이후 코스피가 계속 내리막길을 치달으면서 정년에 대비해 노후(老後) 비자금을 마련하려던 A 씨의 꿈은 산산이 깨졌다. 펀드에 들었다가 수억 원씩 손실을 봤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흔하다. 은행돈을 빌려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높은 이자 부담까지 겹쳐 예삿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펀드가 원금을 까먹으면서 ‘원금 보장’과 관련한 법적 시비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측에 한 가정주부의 손실액 50%를 배상하도록 결정한 파생상품형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이름만으로는 원금보장 여부와 투자위험도를 알 수 없다. 정기예금을 하러 온 고객에게 이 펀드의 가입을 권유하려면 ‘예금과 달리 원금이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고객이 원금보장 펀드로 오해할 수 있도록 한 책임이 은행에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불완전 판매’라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은행이 이에 불복해 소송이 벌어지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
▷복잡한 펀드가 많아 초보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채권형, 주식형 같은 단순형은 드물고 MMF형, 분리과세형, 안정형, 안정성장형, 성장형, 자산배분형, 파생상품형, 매칭 펀드, 카멜레온 펀드…. 은행은 정확한 설명을 해야 하고 고객도 약관(約款)을 이해하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세에서는 펀드가 정기예금이나 채권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바닥을 모르는 내리막장에서 원금을 책임지는 펀드는 없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