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니 아직도 육지와 바다를 구별할 수 없는 물바다였다.”
“다카 동남쪽 노아칼리 마을 주민 대부분은 사망하고 생존자는 불과 몇 명 안 됐다. 사망했거나 실종된 가족들은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광범위한 지역들을 둘러봤는데 참상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인 사이클론 ‘볼라(Bhola)’가 휩쓸고 지나간 곳을 돌아 본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1970년 동파키스탄의 벵골 만 지역을 덮친 볼라의 피해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11월 9일 인도양 중앙 부근에서 생성된 볼라는 북쪽을 향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4일 뒤 최고 시속 185km의 강풍을 동반할 정도로 위력이 커진 볼라는 13일 밤 9m 높이의 해일로 바뀌어 벵골 만 지역의 저지대와 작은 섬마을들을 한순간에 집어삼켰다.
볼라에 대한 어떤 경고도 듣지 못한 채 잠이 들었던 주민들은 잠자리에서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타나와 타주무딘 지역으로 주민의 45%가 희생됐다. 엄청난 피해에 파키스탄 정부는 정확한 희생자 수조차 집계하지 못했지만 50만 명 이상이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산됐다. 가축도 50만 마리 이상이 파도에 떠내려갔다.
볼라의 충격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파키스탄 주민들은 전 세계에서 보내 온 구호품을 피해 지역으로 배송하는 등의 구조 활동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야히아 칸 파키스탄 대통령은 정부의 구호활동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정부에 대한 비난의 공세는 더욱 커졌다.
결국 이듬해 3월 동파키스탄 주민들은 무력 투쟁을 통해 방글라데시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성난 민심은 국가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벵골 만 지역의 사이클론을 없애지는 못했다.
1991년에는 20만 명이 희생됐고 지난해 11월에도 20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벵골 만 지역 주민들에게 사이클론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