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국가 어려울땐 신뢰받는 기구 필요”
천, 대화 나눈후 특별수사팀 승인
2007년 12월 13일 오후 7시 대만 총통 집무실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집권 7년차의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었다. 통역 한 사람만 배석했다.
천 총통의 초청으로 이뤄진 만남은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한국의 정치 상황, 인재 기용으로 이어지던 대화가 한국 검찰의 발전으로 옮겨진 무렵이었다. 천 총통이 대만 검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내 주변을 부당하게 수사하려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김 전 총장은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심복이나 국가 지도자와 ‘코드’가 같은 사람이 아닌,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나 기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노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후 천 총통은 ‘대만식 대검 중앙수사부’인 최고법원검찰서 특별수사팀 설치를 승인했다.
김 전 총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 12월 대화를 돌이켜보면 천 전 총통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2006년부터 대만 법무성의 초청으로 매년 한두 차례 대만을 방문해 법무성이 개최하는 세미나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첫해 세미나 주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었다. 김 전 총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의 예를 들며 “어떤 경우에라도 사정(司正)이란 검찰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의 내용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당 인사들은 김 전 총장을 찾아와 “살아 있는 권력을 단죄하는 한국이 부럽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검 차장으로 현직 대통령이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등의 지휘 라인에 있었다. 2002년 대검 중수부장 때엔 당시 현직이던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구속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