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50대 대학 진입”국내 명문 사학으로 자리를 굳힌 고려대는 2030년까지 세계 5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교육, 연구, 경영관리 등 3개 분야에서 체계적인 발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고려대
해외 명문대 로스쿨의 학습시설을 벤치마킹한 해송법학도서관은 이용자 친화적인 구조로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무대 좁다”… 로스쿨 ‘글로벌 법조인’ 양성
법학 전문가 대거 영입… 최정예 국제법무 교육
의학교육 시스템 선진화로 ‘메디컬 국제화’ 야심
고려대는 2030년 세계 5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30’을 지난달 발표했다.
고려대는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는 세부적인 전략들도 함께 발표했다.
한때 ‘막걸리와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고려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은 2005년 ‘와인’ 선물을 계기로 세련되고 국제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 이후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고려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자연스러운 영어 강의, 세련된 외양, 최첨단 도서관 및 실험시설 등을 갖추고 ‘글로벌 스탠더드’ 대학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
▽‘글로벌 명품 인재’를 키운다=고려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끈끈한 응집력’이다. 사회적 평판도에서 경쟁 대학에 앞서는 것도 이런 학풍 때문이다. 이러한 응집력은 학교 발전의 원동력이자 큰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의 결속력이 지금까지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는 국제화를 핵심 기치로 내걸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고려대가 추구하는 3대 발전 전략은 △교육 프로그램의 글로벌화 △세계 선도대학으로서의 연구역량 구축 △경영관리 시스템의 효율화다.
‘민족 고대 100년, 세계 고대 1000년’이라는 슬로건도 국제화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고려대는 10월 현재 67개국 592개 대학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학생을 교환하는 대학도 305곳이나 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분교를 여는 등 해외 거점 캠퍼스 구축에도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인문, 사회 분야보다 늦게 신설돼 상대적으로 뒤처진 의대와 이공 분야를 확실히 키우는 것도 고려대의 야심이다.
고려대는 특히 의대와 병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글로벌 메디컬 스쿨’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GMC(General Medical Council) 인증을 통해 국제 수준의 의학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바이오 인프라 등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키워 나가기로 했다.
또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공과대가 공동으로 ‘KU-헬스 테크노 파크’를 만들고 산학협력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기술지주회사를 활성화해 이공계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연간 자산 1조 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GLP 로스쿨을 향해=내년 3월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국내외 최고로 만드는 것이 고려대의 목표다. 정원 120명은 그동안 고려대가 배출해온 법조인력 양성 실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일단 로스쿨을 시작하게 된 만큼 미국 예일대 로스쿨처럼 소수 정예의 수준 높은 로스쿨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경효 법대 학장은 “로스쿨 경쟁률이 8 대 1이 넘었는데 다들 다양한 경력과 실력을 자랑하는 인재들이라 1단계 심사 과정부터 합격자를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고려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교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로스쿨은 GLP(Global Legal Practice), 즉 국제법무 전문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국내에 한정된 법조인이 아니라 세계 시장과 국제기구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국제비즈니스·통상 전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
특히 다른 로스쿨들이 외국의 법을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법을 해외에 알리고 적용할 수 있는 ‘아웃바운드(outbound)’형 법조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민법, 상법 등 기본법을 영어로 가르치는 등 전체 강좌의 20% 이상을 영어강좌로 운영할 계획이다.
▽우수한 로스쿨 교수진=로스쿨 전임교수는 48명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다. 대법원 대검찰청 법무부 등 쟁쟁한 법조 경력을 가진 실무형 교수도 대거 영입됐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교수도 많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학위를 받은 학자도 많아 국제법무 교육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증권거래소 등의 정책위원들이 상법 분야에 참여하고 있고, 외국인 석학도 적극 초빙할 계획이다.
법학관 신관의 모의법정은 한 학년 학생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국제기구 회의실을 떠올리게 한다.
법학전문도서관인 해송도서관은 장서 6만 권과 1000여 종의 국내외 학술지를 비치해 방대한 법학 정보를 제공한다.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에 걸쳐 400여 석의 열람실과 6개의 그룹스터디룸, 세미나실, 학술회의실, 정보검색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정시모집 입시요강
일반전형 50%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
자연계 논술 폐지-의대 면접 10% 반영
고려대는 정시모집에서 분할모집을 하지 않고 ‘가’군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체 입학정원(3772명)의 47%인 1783명을 일반전형으로 선발하고,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224명을 뽑는다.
일반전형은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뉜다. 수험생이 일반전형에 지원하면 자동으로 두 가지 방식의 선발 과정을 모두 거치게 된다.
논술시험 실시 전에 대학수학능력시험만으로 100% 선발하는 우수선발로 미리 일반전형 모집인원의 50%를 선발한다.
일반선발에서는 모든 계열에서 수능을 50% 반영한다. 계열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가 40% 또는 50% 반영된다.
인문계와 사범대 인문계는 논술을 치러 10%를 적용하며, 올해 자연계는 논술을 보지 않는다. 다만 의대는 논술 대신 면접을 10% 반영한다.
논술은 고교 언어와 사회 교과과정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통합형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180분에 걸쳐 제시문의 요점을 파악한 뒤 출제자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 외로 선발하는 특별전형 중 농어촌 학생과 전문계고교 졸업자는 고3 재학생과 재수생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있기 때문에 지원 자격을 따져봐야 한다.
정시모집 원서는 1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우선선발은 내년 1월 6일, 일반선발은 1월 31일 각각 합격자를 발표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