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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속시원”… 대행업체 “속타요”

입력 | 2008-11-13 03:12:00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올해 7월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위 사진)과 달리 12일 주한 미국대사관 옆은 한산하기만 하다. 17일부터 무비자 미국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비자 발급을 위해 미국 대사관을 찾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훈구 기자

항공 - 여행업계 “美방문 3년내 2,3배 늘것” 기대



“여기가 주한 미국대사관 앞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30) 씨는 12일 오전 미국대사관 근처를 지나가다 낯선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7일부터 90일 이내 단기 관광 목적일 경우 미국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8월부터 전자여권이 개시되면서 전자여권 소지자는 90일간은 비자 없이도 미국 방문이 가능해진 것이다.

○ 즐거운 시민들…울상인 대행업체들

미국 방문을 계획 중인 시민들의 반응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다. 특히 까다로운 비자 발급 기준과 절차가 완화된 것을 반기는 사람이 많다.

전자여권 발급을 위해 12일 서울 종로구청을 방문한 한모(50) 씨. 그는 그동안 미국 여행을 희망했지만 비자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시도해 보지도 못했다.

한 씨는 “미국에 가 있는 딸과 손자가 보고 싶었지만 미국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이제 자주 딸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전자여권을 발급받은 뒤 미국을 방문해 유학 희망 대학들을 둘러볼 계획인 대학원생 박모(29) 씨는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고 방탄 유리창 너머 대사관 직원과 인터뷰해야 하는 게 불쾌했다”며 “이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자 신청 대행업체들은 울상이다. 미국 방문 희망자들의 비자 관련 서류 작성 및 신청 업무가 사라져 수익이 크게 줄어들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이 같은 업무 대행을 해온 한 업체는 “활로를 찾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번역업에 비중을 두는 식으로 업무 전환을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미주 노선 증편 나선 항공업계

항공사들은 비자 면제 조치로 미국 방문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주 노선 증편 등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유가 상승으로 중단했던 인천∼라스베이거스 노선 운항을 다음 달 16일부터 재개하고 매주 3회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매주 4회 운항하고 있는 인천∼워싱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각각 다음 달 11일과 12일부터 매주 7회 운항한다.

또한 인천∼하와이,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 항공기 투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 달 11일부터 현재 매주 3회 운항하고 있는 인천∼시애틀 노선의 운항을 매주 4회로 늘린다. 매주 11회 운항하는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 운항은 다음 달 16일부터 매주 14회로 늘릴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비자가 면제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편 수요가 약 12% 늘어 연간 수익이 25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의 기대도 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당장은 미국 여행객이 크게 늘지 않겠지만 3년 안에 지금보다 2∼3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