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 “계원 1명이 거액 요구… 피랍 폭행”
납치 지목 당사자 “억울… 오늘 경찰 출두”
이른바 ‘강남 귀족계’로 불리는 다복회 계주 윤모(51·여) 씨가 잠적한 배경에는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다복회 일부 계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윤 씨가 11일 계원인 H 씨와 K 씨 등 10여 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윤 씨는 대리인을 통해 보낸 고소장에서 “H 씨가 사람들을 동원해 3일 동안 나를 납치하고 협박 폭행까지 하면서 거액을 요구했다”며 “계원들에게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H 씨가 자신을 납치한 배경에 대해 “곗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납치한 것”이라며 “결국 많은 수익이 나는 계를 차지하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는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W 음식점에서 열린 다복회 계원 모임에서도 계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씨는 “사무실까지 사람들이 와 행패를 부리고 나를 차에 태워 끌고 갔다”며 “풀려난 뒤에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또 “나뿐만 아니라 공동계주인 박모 씨도 납치됐다”며 울먹였고 감정이 격앙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윤 씨뿐만 아니라 일부 다복회 계원들도 계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H 씨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원들은 “H 씨가 윤 씨를 납치, 감금, 폭행했으며 처음부터 다복회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수인과 함께 가입한 뒤 하수인이 돈을 내지 않게 해 다복회를 흔든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중에 H 씨를 상대로 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H 씨는 “억울하다”며 13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경위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12일 강남경찰서로 자진 출두함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했다. 경찰에서 윤 씨는 “2002년 6월부터 계모임을 결성하여 운영해 왔으며 계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곗돈 2200억 원을 돌리며 계를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윤 씨는 또 “일부 계원들이 곗돈을 납입하지 않아 계가 최근 원활히 운영되지 않았지만 곗돈을 가로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