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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7품 코스요리… 눈도 코도 입도 ‘황홀’

입력 | 2008-11-14 02:59:00


츠지원 가이세키요리 먹어보니

서울 강남구 신사동 츠지원에서 이곳 수강생들과 함께 2시간 여 가이세키 요리를 먹어봤다. 츠지원은 나라식품이 일본 오사카(大阪)에 있는 ‘쓰지초(십調) 요리학교’와 손잡은 요리 아카데미다. ‘쓰지초’는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뢰, 미국의 CIA와 더불어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힌다.

가와모토 데쓰야(川本徹也) 츠지원 교수가 조리한 가이세키 요리는 7품(디저트 제외한 음식 수)으로 구성된 코스요리였다.

맨 먼저 차(茶)가 나왔다. 찻잔의 한 편에는 절 이름, 또 다른 한 편에는 절 그림이 그려 있다. 이때 마주 앉은 사람 쪽으로 그림이 향하게 찻잔을 드는 게 차를 마시는 법도다.

이날의 사케는 니가타(新潟)의 핫카이산(八海山).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술잔이 모두 채워질 때까지 마시지 않고 기다리는 게 예의다. 건배 대신 서로 눈인사를 나누면 된다.

전채요리인 사키쓰케(先付)를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됐다. 잘 푼 계란을 쪄 두부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삶은 대게 살을 얹고 가다랑어맛 소스를 뿌린 요리였다. 붉은색 게살 위에 살포시 올린 초록색 게 내장이 색상의 대비를 이루는 악센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자 껍질을 강판에 갈아 뿌렸기에 입 안에 유자향이 기분 좋게 가득 퍼졌다.

국물요리인 스이모노(吸い物)는 갯장어와 송이버섯을 넣고 유자 껍질과 매실 장아찌 과육을 고명으로 올린 맑은 국이었다. 이때 유자는 철이 지난 재료인 ‘나고리(名殘り)’, 갯장어와 송이버섯은 앞으로 다가올 계절 음식인 ‘하시리(走り)’에 해당한다. 계절의 흐름이 국 한 사발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쓰쿠리(造り)로 나온 생선회는 광어와 피조개. 생 와사비는 간장에 푸는 게 아니라 생선에 직접 찍어 먹는다. 이때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들고 왼손으로는 간장 종지를 드는데, 일본 음식을 먹을 땐 양 손을 함께 사용해야 자태가 우아하다. 함께 나온 시소(紫蘇·차조기 잎)는 코를, 얇게 돌려 깎은 무채는 입 안을 개운하게 했다.

시노기(凌ぎ)는 가이세키 요리 도중 약간의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밥이나 면 종류를 먹는 것이다. 간장에 조린 붕장어를 초밥 위에 올린 스시 두 점이 나왔다.

구이요리인 야키모노 핫슨(燒物八寸)은 계절감을 살리는 카이세키 요리의 진수였다. 연어 미소간장구이, 국화꽃 모양 무, 연어알 간장절임, 계란 노른자 미소절임, 솔잎에 꽂은 비취색 은행 등이 가을 단풍과 함께 접시 안에 어우러진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았다. 계란 노른자 미소절임은 상온에 두었던 계란을 68도의 물에 넣고 25분 동안 삶은 후 찬 물에 넣어 식힌 노른자를 이용한다.

찜요리인 무시모노(蒸し物)로는 연근을 갈아 새우와 표고버섯과 함께 찐 후 간장소스를 뿌린 요리, 식사인 쇼쿠지(食事)는 도미를 이용해 지은 밥이 나왔다.

마지막 순서인 디저트는 녹차 소스를 얹은 밤 맛 블랑망제(blanc-manger·젤라틴과 생크림으로 만든 디저트). 녹차가루의 쓴 맛과 생크림의 달콤함이 묘한 조합을 이뤄냈다.

사케를 곁들인 기나긴 식사 여정이 끝났다. 속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따뜻했다. 입이 즐거운 것은 물론이요, 눈(요리와 그릇의 색감)과 코(유자와 시소 향기)도 즐거웠는데 심지어 츠지원은 식사 내내 자연의 새 소리 배경음악을 틀어 귀까지 모처럼 호강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