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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수첩] 통신원의 교육 이야기-한국과 미국 수능

입력 | 2008-11-14 15:22:00


‘수능 시험을 보는 날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바라본 한국의 수능시험 풍속도다.

맞다. 한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 온 나라가 뒤집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 방송의 뉴스는 온통 수능 관련이다. 시험이 끝나도 수능과 연관된 돈벌이로 혈안이 돼 있다. 학생들은 이때부터 입시지옥에서 해방이다.

지난 13일 치러진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평가는 ‘대체로 수능 어려웠다’였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리영역을 잘 본 수험생 유리하다”고 했다.

수리를 잘 본 수험생이 유리하다는 게 언제는 적용되지 않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라는 작고, 인구는 많고 경쟁은 치열하니 한 번 치르는 시험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사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솔로몬이 현재 대한민국에 있더라도 한 번 시험으로 인생을 좌우하는 이 수학능력 시험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과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다.

미국은 시민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는지 조차 모른다. 심지어 학생을 둔 가정도 수능시험이 언제인지 모른다.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이 강제조항이 아니다. SAT 점수를 요구하지 않고 내신성적(GPA)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많다.

한국은 11월에 한차례 치르는 수능으로 모든 대학입학이 결정된다. 미국은 총 7차례 치른다. 바로 SAT(Scholastic Aptitude Test)로 통하는 시험이다.

SAT외에도 이와 흡사한 ACT(American College Testing Program)가 있다. 둘 모두 한국의 수능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대학입학 때 둘 가운데 하나의 점수를 보내면 된다.

SAT와 ACT 테스트를 주관하는 곳은 비영리단체인 College Board다. 국가기관이 아니다. 국내라면 어림도 없다. 시험지 유출에 온갖 부작용이 따르는데 민간기관이 감당할 재간이 없다. 미국은 시험지 유출이 종종 일어난다.

미국의 SAT는 3가지 테스트를 한다. Critical Reading(70분), Mathematics(70분), Writing(60분)이다. 국내로 치면 언어영역, 수리영역, 논술쯤 된다. 시험은 오전 8시에 치러 1시쯤이면 끝난다. 그런데 시험도 평일날 치르는 게 아니고 모두가 쉬는 날인 토요일 인근 학교에서 본다.

7차례 시험 날이 미리 정해져 있다. 10월, 11월, 12월, 1월, 3월(4월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5월, 6월의 첫 번째 토요일이다. 여름방학을 빼고 거의 1개월에 한차례씩 수능시험이 있는 셈이다.

시험을 치른 뒤에도 언론에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다. SAT가 학생의 능력을 좌우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을 국내처럼 고3 또는 재수생만이 보는 게 아니다. 고2, 고3이 볼 수 있고, 2011년부터는 고1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험을 치를 수 있다.

LA 타임스는 학생들의 SAT 확대에 반대하는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미국에는 SAT 폐지론자들이 있다. SAT가 부유한 가정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형료(45 달러)도 부담되지만 궁극적으로는 SAT를 보려면 사설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난한 집안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SAT 폐지를 요구하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수능시험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주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11월의 한차례 수능으로 인생의 진로가 결정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LA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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