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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KDI의 성장률 예측 ‘성적표’

입력 | 2008-11-15 02:58:00


“2006년 0.1%P차 족집게 적중

외환위기땐 큰 오차… 내년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최고 두뇌집단이면서 한국은행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경제 전망을 내놓는 기관입니다. 이 KDI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3.3%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얼마나 믿을 만한 수치일까요?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한 것은 1983년의 전망치를 발표한 것이 처음입니다. 이후 분기별로 발표하다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차례 발표하고 있습니다. KDI의 26년치 경제전망보고서를 입수해 성장률 전망이란 게 과연 믿을 만한가를 따져봤습니다.

이 중에서 경제여건이 확 달라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999∼2008년의 10년간만 보면 실적보다 높게 전망한 것이 4번, 낮게 전망한 것이 6번입니다.

“KDI는 국책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희망적 숫자를 내놓는다”는 말도 있지만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얘기지요. 2006년에는 5.0%를 전망한 후 실제로는 5.1%를 기록한 ‘신묘’한 일도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999년에는 오차율이 너무 큽니다. 1997년 9월에 1998년 전망치를 6.7%로 발표했습니다. “기아 등 부실 대기업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돼 있지만 실물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미약하나마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6.9%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외환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말이지요. 1999년은 2.2%로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9.5% 성장했습니다. 예상 밖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내년 역시 외환위기 당시만큼이나 안개 속입니다. 이번에는 특히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글로벌 금융위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KDI 역시 내년 전망에 대해 자신 없어 합니다.

조동철 KDI 연구1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입 부분은 불확실성이 아주 크며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 환율”이라고 말했습니다.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3.3%를 두고 “도대체 시장의 분위기를 알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심지어는 1%대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내년이 돼봐야 누가 옳았는지 판가름 나겠지요.

여러모로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요즘, ‘제발 KDI의 예상치가 적중하면…’ 하는 바람입니다.

곽민영 경제부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