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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의 수리… 최상위권만 원점수 올라”

입력 | 2008-11-15 02:58:00

14일 서울 창문여고 학생들이 전날 치른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예상 점수를 알아보기 위해 답을 맞춰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2009 수능 가채점… 수리에 웃고 울고

수리 고득점 학생들 표준점수 대폭 오를 듯

3등급 이하 내려갈수록 점수 낙폭 점점 커져

“어제 4교시 시험 볼 때부터 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리 ‘가’영역을 망친 것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H대에 가고 싶었는데 수리 ‘가’ 원점수가 25점이나 떨어졌다.”(서울 인창고 3학년 이모 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14일 학교에 모여 가채점 결과를 비교해 본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은 수리영역의 성적에 따라 울고 웃었다.

입시기관들의 가채점 결과 수리영역의 1등급 구분 점수가 지난해보다 대폭 낮아지면서 입시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희비 가른 수리=고교 진학담당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어렵게 나온 수리영역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만 원점수가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까다로운 고배점 문항을 풀었느냐 여부에 따라 상위권 사이에서도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의 격차가 평소보다 더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대와 고려대에 지원했던 재수생 정준환(20) 군은 “작년에 2개 영역이 아슬아슬하게 2등급이었는데 올해 수리 ‘가’가 80점 가까이 나왔다”며 “상위권 대학들이 수리 ‘가’에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재수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 영어에 강점을 보이는 특수목적고와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수험생들은 대체로 올해 입시에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서울 강북과 서남부 지역 고교들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한영외국어고 주석훈 교사는 “학생들이 수리 ‘나’형에서도 대체로 성적을 잘 받은 것 같다”며 “원점수가 모의평가보다 오른 학생이 많아서 표준점수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계고 학생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창문여고 3학년 박모 양은 “외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시험을 잘 봤다는 소리를 듣고 입시가 걱정된다”면서 “그래서 수리를 반영하지 않는 여대에 진학하려는 친구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상위권 점수 오를 듯=입시기관들이 14일 내놓은 영역별 등급 구분 점수를 보면 1, 2등급의 등급 구분 점수에 비해 3등급 이하로 내려갈수록 점수 낙폭이 커서 최상위권의 표준점수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4개 입시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수리 ‘가’와 수리 ‘나’의 1등급 구분점수는 80점 안팎인 것으로 예상됐다. 언어와 외국어의 1등급 구분점수는 90점과 95점 안팎으로 나타났다. 1등급 구분 점수가 최대 15점까지 벌어지면서 입시기관이 전망한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도 언어, 외국어와 수리 사이에 20점 정도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점수 1점 차로 모집 단위마다 수십 명의 당락이 갈리는 점을 감안하면 수리영역이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리 ‘나’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 가운데 3등급 이하로 내려갈수록 점수 낙폭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능 직후 입시기관들은 외국어의 등급 구분 점수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채점 결과를 보면 상위권은 지난해와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영역은 9월 모의평가보다 약간 쉽게 출제되면서 지난해와 거의 유사한 등급 구분 점수를 보였다. 탐구영역의 과목 간 난도 차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점수::

원점수=문항 배점을 단순 합산한 점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은 각 100점, 탐구영역은 과목별로 50점 만점.

표준점수=영역별 평균과 표준편차로 산출한 점수로 집단 내에서의 성적 위치를 보여준다. 원점수가 같아도 쉬운 과목보다 어려운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높다.

백분위점수=표준점수에 따라 산출한 석차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것.



▲ 영상취재 : 임광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