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자수 올해 들어 크게 늘어
직장인 김모(23·여) 씨는 얼마 전 친구 모임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8명 중 자신을 포함해 2명만 빼놓고 모두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은 것. 자궁경부암 백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김 씨는 친구들에게서 “건강에 무심하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한 자궁경부암 백신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16일 차병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자는 756명에 이른다. 1월 29명에서 8월 95명, 10월 86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접종자 중 절반이 넘는 435명이 20대이며 30대(156명), 10대(117명)가 뒤를 이었다.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도 1월 3건이던 백신 접종이 9월 34건, 10월 60건으로 늘었다. 전체 239건 중 20대 여성이 12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이 잘 걸리는 3대 암 중 하나로 성관계로 인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요 원인이다. 최근 성경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잘못된 상식도 많이 퍼져 있다. 성경험이 없는 사람만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한원보 교수는 “성경험이 없는 사람이 맞으면 더 효과적일 수는 있겠지만 성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도 앞으로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도 성경험이 있는 2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미국질병통제센터는 “백신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백신은 가다실(한국MSD), 서바릭스(한국GSK)가 있다. 9∼26세 여성을 접종 권장연령으로 하는 가다실은 최초 접종 후 2개월, 6개월에 한 번씩 모두 3회 접종해야 한다. 3회 접종에 60만∼70만 원 선.
서바릭스는 10∼25세를 대상으로 하며 최초 접종일로부터 1개월 후 2차 접종을 하고 다시 5개월 후 3차 접종을 하면 된다. 3회 합쳐 45만 원 정도. 26세 이상이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접종이 가능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