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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재건축과 아파트의 희소성

입력 | 2008-11-17 02:49:00


부동산 가격은 희소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용적 가치와 별개로 해당 부동산을 시장에서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산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지만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작고한 유명 화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자도 그런 이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밝은 색으로 주로 과수원이나 농원 등을 그린 이대원 화백의 작품을 좋아하여 갖고 싶었는데 미처 구입하지 못했다. 2005년경 이 화백이 작고하자마자 그림 값이 2배 이상으로 올라 구입을 포기해야 했다.

이 논리는 부동산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의 유명한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 씨는 오클라호마의 땅을 싫어하고 맨해튼의 땅을 좋아했다고 한다. 왜냐면 광활한 오클라호마에는 토지가 너무 많지만 물로 둘러싸인 맨해튼은 땅이 부족해 희소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희소가치는 물이나 성벽 같은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관습이나 제도, 법령 같은 규제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물리적 장벽보다 ‘규제의 숲’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진 사례가 많다.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이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존 고급 아파트 소유자가 기득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고급 아파트의 공급을 방해할 때 희소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주택업자가 고급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 재정적 능력이 없어 공급을 못할 때도 기존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진다. 끝으로 정부 규제로 새로운 공급이 억제돼 기존 아파트를 구하기 힘들어져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한국 상황에서 고급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진 것은 마지막 원인, 즉 규제로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토지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도시화율이 국토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 평균인 10%에 훨씬 못 미친다. 주택, 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 공급을 묶어두는 각종 규제를 제거할 때 토지의 희소성이 줄어들어 값이 조정될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소 감성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자를 징벌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반감으로 강경한 정책을 시행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강남지역에 고급 아파트 공급이 제약을 받게 돼 오히려 기존 강남 고급 아파트의 희소성만 높여주는 모양이 된 셈이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주택업계의 동향이 내가 사는 동네 또는 내가 이사 가서 살고 싶은 동네에 있는 주택이나 토지의 희소성을 높여주는가 또는 낮추는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희소성의 강도에 따라 그 부동산의 편익이나 장점과는 별개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재건축 용적률 및 소형 평형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지역의 주택시장별로 희소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번 대책이 실질적으로 공급을 늘리게 되어 그 지역 기존 주택의 희소성을 희석시킨다면 일반의 예상과 달리 재건축 주택 가격이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