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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와 여야당, 민생법안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

입력 | 2008-11-17 02:50:00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국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의원 발의 법안과 정부 제출 법안을 합치면 2000건에 가깝다. 여기에다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그러나 내달 9일의 정기국회 회기 마감까지는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예산 처리의 법정 시한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내달 2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 어느 쪽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아니다. 정부가 올해 만들기로 한 법안 639건 가운데 지난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13건(3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11일 여당 원내대표가 “12일까지 제출 안하면 처리해 주지 않겠다”고 언성을 높이자 정부는 104건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하루 만에 제출하라는 여당이나, 그 소리를 듣고서야 우르르 내놓는 정부나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할 때는 사전에 여당과 협의해야 하고 국회가 충분히 심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이처럼 벼락치기로 제출하니 설령 통과된다고 해도 구멍이 숭숭 뚫린 조악한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충분히 심의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막판에 몰아 제출했다면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국회도 한심하다. 법안 처리에 온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관심은 딴 데 가 있다.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특정 인사의 당무 복귀 문제를 놓고 “사냥철이 끝났으니 사냥개가 필요 없다”느니 “사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느니, 천박한 입씨름이나 하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하기는커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자인 김민석 최고위원을 보호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도 야당 탄압이라며 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있으니 입법의 일익을 담당할 자격부터 의심스럽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만사 제쳐두고 각종 민생 법안과 예산안 심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안의 심의 지연과 졸속 처리를 막을 근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은 허리가 휘고 기업은 매일 부도 공포에 떠는데 위정자들이 이 모양이면 나라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