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행사의 하나로 14일 오후 오이타 현립 예술문화 단기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한일 지식인 심포지엄에는 100여 명의 학생 시민 등이 참석했다. 동서대학과 오이타 현립 예술문화 단기대학은 올해 초 부산에서 자매결연 조인식을 맺어 이 대학 졸업생이 동서대학 3학년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오이타시와 벳푸시에는 한국 유학생이 1000명이나 된다.
'소프트 파워 시대의 한일관계'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동아닷컴 정구종 사장은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개방된 지난 10년 동안 '러브 레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일본 영화와 만화 '신의 물방울' 및 '하얀 거탑' 등이 번역 또는 리메이크 돼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켰듯이 한국에서도 일류(日流)와 '일드(일본 드라마)' 바람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사장은 "21세기 들어 한국과 일본은 연간 약 500만 명의 교류시대를 맞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 국가와 민족에 집착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에 토대를 둔 문화 예술 다방면에 걸친 우호적 교류와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창출해 21세기 양국의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패널리스트로 참가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씨는 "한국은 남북한을 합쳐 7000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고, 특유의 진취성으로 700만 명의 동포들이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다. 한국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인구보다 많다. 이제 한국어를 배워두면 대단한 메리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일본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는 "이전의 국제 관계는 안보 경제 협력 위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문화와 스포츠 등을 통한 교류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양국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갈등도 자기주장만 고집하거나 피하려 들지 말고, 당당하게 화제로 삼아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이타·벳푸=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