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외고 홈페이지
고입시험이 끝난 뒤 전체 수험생들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일부 답안지를 잘못 작성한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측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15일 경기도 동두천외고에서 입학전형(경쟁률 5.3대1) 시험 종료 후 1시간이 넘게 학생들을 교실에 붙들어 놓고 OMR 답안지 인적사항 오류 확인 작업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교 측이 시험 종료 후에 일부 학생들을 따로 불러 답안지를 고치게 했다며 ‘입시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17일 현재 학교 홈페이지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정도로 항의 글이 넘쳐났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고사 종료 후 답안지 확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실시하는 절차로서 그 이유는 인적사항(수험번호, 교시표시)이 부정확하면 전산처리 오류가 발생하므로 이를 바르게 정정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동두천외고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총 52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수험번호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마킹하지 않거나 잘못된 숫자에 마킹했다. 또한 이 중 2~3명은 답안지 정답 란 동그라미 바깥까지 마킹을 해 OMR 판독기기 오류가 났다.
다른 수험생의 수험 번호를 쓰면 수험번호 중복으로 합격자가 바뀌고 되고 OMR 기기 오류가 나면 전체 수험생 1140여명의 답안지를 전부 수작업으로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 실제로 이 학교는 2005년도 1기생 때 OMR 판독 오류로 학생들의 성적 순서가 뒤죽박죽이 돼 합격생이 뒤바뀌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이 때문에 시험 종료 후 문제의 학생들을 입시관리본부에 내려오게 해서 교장과 도교육청 장학관 장학사 입회하에 본인 확인을 시키고 답안지를 재 마킹하게 했다고 한다.
이 학교의 교무부장은 “52명의 학생들의 채점은 원본 답안지로 새벽 4시까지 일일이 수작업 했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민원이 상당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학교는 해마다 모든 입학전형 자료를 열람하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합격자 발표 후 모든 민원인들에게 관련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우리 학교는 철저한 입학전형 관리로 지난해 김포외고 사태 때 KBS 시사프로그램에서 우수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들이 1시간 이상 화장실도 못가고 대기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추측을 한 것 같다. 추운 날 바깥에서 장시간동안 부모님을 기다리게 한 것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그러나 곧이곧대로 입학전형을 한 것이 이렇게 루머로 번지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이 종료된 상황에서 잘못된 답안지는 당연히 ‘0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측은 그러나 답안지를 잘못 작성하지 않은 학생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이 우려돼 이 같은 시험 후 수정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잘못 작성된 답안지를 고쳐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이러한 OMR카드 채점 부작용은 다른 시험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