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신생아 살리기 털모자의 ‘기적’… 저체온증 사망 60% 감소
털실-바늘 세트 구매
정성으로 한 땀 한 땀
털모자 만들어 기증
내 돈 내고 털실을 사서 털모자를 짠 뒤 다른 사람에게 기증한다?
빠듯한 살림과 바쁜 생활을 감안한다면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털모자 뜨기’ 상품이 ‘대박’이 났다.
인터넷 쇼핑몰 GS이숍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최근 3주간 자사(自社) 홈페이지(www.gseshop.co.kr)에서 팔린 40만 종의 상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털모자를 직접 짜 아프리카에 보내는 ‘아프리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키트’가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간에만 2998세트가 팔렸으며, 판매를 시작한 10월 8일 이후 누적 판매량은 5213개로 총 50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한 개에 1만 원인 이 상품의 판매금액과 완성된 털모자는 모두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모아 저(低)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어린이가 많은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로 보낸다. 이 단체에 따르면 2006년 세계적으로 털모자 기증운동이 시작된 후 저체온증에 따른 유아 사망률은 60% 가까이 감소했다.
출퇴근길에 틈틈이 털모자를 짜고 있다는 학원강사 전규현(33·여) 씨는 “작은 비용과 노력으로 생명을 살리는 보람 있는 기부”라며 “가능한 한 많은 모자를 만들어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전 씨처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선행을 계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최소한 3만 개의 털모자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영국 본부를 포함해 세계 27개국에 연맹이 있는 국제아동권리기관.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모자 뜨기 캠페인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지금까지 28만 개의 털모자를 아프리카 각 지역에 전달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