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선업체도 회생·퇴출 기로에

입력 | 2008-11-18 17:36:00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1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장덕생(가운데) 전국은행연합회 여신외환팀 부장이 건설사 대주단 협약 가입신청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건설업에 이어 조선업종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조선업종은 작년까지 유례없는 호황기에 중소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나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당수가 어려움에 빠져있다.

은행들은 이미 올 하반기부터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해주지 않거나 일부 우량업체로 보증을 제한하고 있다.

또 은행권 내부에서는 건설사에 이어 조선업종에 대해서도 대주단 협약을 구성하자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정부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권의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을 독려함과 동시에 '옥석 가리기'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18일 오후 5시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 설명회를 연다.

연합회 측은 "패스트 트랙은 '키코' 피해기업뿐만 아니라 조선업체들도 해당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선업종 구조조정 '초읽기'

금융권은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소 조선업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후판과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중국 수주 물량 감소, 기술력 부족 등이 국내외 경기 둔화와 맞물린 탓"이라며 "조선업체를 한번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소 업체들이 조선업 호황 시절에 건조 능력 이상으로 수주를 받은 점도 경영 악화 요인"이라며 "조만간 조선업도 우량, 대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업종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은행권은 '중소기업 신속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을 조선업체로 확대해 살아날 수 있는 중소 조선사는 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살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자연스럽게 정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주채권은행은 중소 조선사를 A등급(정상기업), B등급(일시적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 C등급(부실 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기업), D등급(회생 불가 기업)으로 분류하게 된다.

A와 B등급 기업에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특별 보증을 한다.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게 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출자 전환이나 대출 지원, 이자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D등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구책을 찾지 못하면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 건설사에 적용하는 대주단 협약을 조선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주단 협약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도 참여하기 때문에 회생 가능한 업체를 지원하는데 효과가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체는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대출 금액이 크기 때문에 한 업체에 여러 은행이 신디케이트론으로 대출한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은행 개별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주도로 대주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를 지원하는 대주단 협약이 아직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참여가 부진한 상황에서 조선사를 위한 대주단 협약이 당장 만들어질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은행권, 조선업종 신규 대출 중단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 하반기부터 조선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들어 조선업체에 대해 선수금환급 보증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선수금 환급 보증 한도를 이미 채웠다"고 말했다.

선수금보증한도란 외국 선주가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박 인도전에 지급하는 선수금에 대해 조선업체를 대신해 은행이 지급을 보증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조선업체는 통상 선수금을 받아 배를 만들어 납품하고 잔금을 받는데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발주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못해 수주가 줄어들고 현금 흐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도 하반기부터 조선업종을 선별지원 업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선별지원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의 경우 대출이 10억 원을 초과하면 본점 승인을 거쳐야 대출이 가능하다.

다른 은행들도 9월 금융위기 이후 기존 거래 업체 이외에 신규 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조선업체의 수주물량이 있음에도 조선업체를 믿지 못해 선수금 환급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도 "시중은행들이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자 조선업체들이 국책은행으로 몰려들었다"며 "우리도 배 건조 능력이 있는 업체를 선별해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조선업종에 대한 대출은 '산업별 대출' 가운데 비행기, 철도 등과 함께 '기타 운송장비 대출'로 분류되는데 이 부분 대출은 6월말 현재 5조9679억 원으로 조선업종 대출 비중이 가장 크다.

기타 운송장비 대출 증가액은 작년 4분기(10~12월) 2225억 원에서 올해 1분기(1~3월) 2959억 원으로 늘었으나 2분기(4~6월)에는 7606억 원으로 급증했다. 3분기(7~9월)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2분기 때보다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