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바꿔도 혀는 즐겁다”… 이색 김장 노하우
올해 김장을 담그는 주부가 크게 늘었다. 김장 비용이 저렴하게 들기 때문이다. 모처럼 김장 재료를 풍족하게 준비해 솜씨를 발휘할 때다. 주부 최선희(43·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올해 김장에 무채를 줄이고 늙은 호박을 썰어 넣기로 했다. “매년 김장 김치는 그 맛이 그 맛”이라는 가족의 불만이 있어 색다른 맛을 내보기로 한 것. 늙은 호박이 제철일 뿐 아니라 단것을 좋아하는 가족 입맛에도 딱 맞을 듯하다. 요리교실 ‘손맛작업실’을 운영하는 박종숙 씨는 “김장을 담글 때 매년 같은 방법을 고수하지 말고 입맛에 따라 재료를 조금씩만 바꿔도 색다른 김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색다른 맛 내려면 색다른 재료 필요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적게 든다. 양념류 가격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배추 무 대파 등 주재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급 기준으로 배추는 포기당 1500∼2000원, 무는 개당 1000∼13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내렸다. 대파 마늘 고추도 40∼50% 저렴하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김장(배추 10포기, 무 3kg)을 담그려면 평균 12만∼14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정도 싸다.
색다른 김치 맛을 내려면 색다른 재료가 필요하다. 김치 제조업체 동원F&B의 문성준 차장은 “남쪽은 맛이 강한 반면 북쪽은 개운하고 해안지역은 해산물을 많이 쓰는 등 지역별로 김치 맛이 다르다”며 “가족의 입맛에 맞춰 재료를 선택하면 좋다”고 말했다.
▽굴 대신 마른 북어=굴은 김치에 시원한 맛을 더하지만 비싼 것이 흠. 강원도에서는 굴 대신 마른 북어를 멸치와 함께 끓인 육수를 김칫소에 넣고 버무린다. 북어 대신 주꾸미, 꽁치, 낙지 등을 넣기도 한다. 해산물을 넣을 때는 여러 가지를 넣기보다 한 가지만 넣는 것이 비법.
▽갓 대신 우엉=경상도에서는 김칫소에 갓 대신 우엉을 넣는다. 갓이 톡 쏘는 맛을 내는 것처럼 우엉도 익을수록 매콤한 맛을 낸다. 우엉 껍질을 벗기고 5cm 길이로 채를 썰어 찜통에 넣어 살짝 쪄서 김칫소에 넣는다.
▽설탕 대신 홍시=전라도 김치는 설탕 대신 홍시를 넣어 진한 맛을 낸다. 잘 익은 홍시를 골라 체에 껍질과 씨를 걸러내고 액체만 양념과 함께 버무린다.
▽배 대신 귤, 유자=나박김치에 배를 넣으면 시원한 맛을 내지만 일찍 물러버리는 단점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배 대신 지역 특산물인 귤이나 유자를 얇게 썰어 넣어 새콤한 맛을 강조한다.
○ 조금 담글 때는 양념 적게
가족 수가 줄고 외식 기회가 많아지면서 김장을 조금 담그는 ‘소량 김장족’이 늘고 있다. 배추를 10포기 이하로 담글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일반 김장 때보다 김칫소를 적게 넣어야 한다는 것. 배추보다 양념이 많으면 김치가 빨리 시어지고 물러진다.
올해는 절임배추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인기가 높다. 미리 손질이 돼 있어 편리할뿐더러 지난해보다 20∼30% 가격이 내려 10kg(5포기)당 1만5000∼2만 원 한다. 재료 준비 없이 김장을 담그고 싶다면 김치 제조업체들에서 운영하는 ‘김장투어’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 동원F&B 김장투어의 경우 참가자는 김치공장에서 준비한 절임배추와 양념을 입맛에 맞게 버무려서 넣어주면 된다. 6만 원 정도를 내면 김치 10kg 정도를 담글 수 있다.
○ 화끈거리는 손에 오일 마사지
김장에 사용했던 도마, 행주 등은 바로 씻어내지 않으면 고춧가루와 양념 냄새가 배어서 잘 빠지지 않는다.
파 마늘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는 쌀뜨물을 가득 담아 햇볕에 1시간 정도 내다놓으면 냄새가 가신다. 고무장갑도 쌀뜨물에 담가두면 빨갛게 밴 얼룩이 빠진다.
도마와 칼은 레몬즙을 발라서 햇볕에 말린다. 양념이 달라붙은 행주는 레몬즙을 넣고 삶는다.
옷이나 앞치마에 남은 얼룩은 양파로 해결한다. 얼룩이 남은 자리에 양파를 갈아 얹어 뒀다가 하루 정도 지난 후 세탁하면 얼룩을 제거할 수 있다.
강한 양념과 고춧가루를 오래 만지면 손이 화끈거린다. 세제업체 CJ라이온의 신승헌 주방세제 담당 매니저는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손등, 손바닥, 손가락을 골고루 마사지한 후 영양크림을 바르고 면장갑을 낀 채 잠자리에 들면 다음 날 아침 손이 한결 매끄럽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