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가드 양동근(27)은 복무 기간 단축으로 내년 4월 19일이면 ‘민간인’이 된다. 그가 군복을 벗을 무렵은 코트에서 포스트시즌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다. 모비스가 4강에 오른다면 양동근은 올 시즌에 당장 복귀할 기회를 얻는다.
이런 시나리오는 시즌 전만 해도 실현 가능성이 적었다. 모비스의 전력이 약해 하위권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모비스는 18일 현재 5승 3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는 모비스의 선전에는 관심 밖에 있던 무명들의 돌풍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가드 김현중(27)은 양동근의 빈자리를 메우며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양동근과 동갑인 김현중은 오리온스 김승현의 송도고와 동국대 3년 후배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선배 김승현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오리온스에 뽑혔지만 줄곧 후보였다 LG로 트레이드된 뒤 입대했다. 올봄 제대 후 LG가 모비스에서 전형수를 영입하면서 가드 자원이 넘쳐났고 엔트리까지 초과돼 사실상 방출되듯 떠났다. 떠돌이 신세에 한숨짓던 김현중은 모비스에서 최고 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의 지도 속에 주전으로 발돋움해 잠재력을 마음껏 떨치고 있다. 프로 2시즌 동안 54경기에서 66점을 넣는 데 그쳤던 그는 올 시즌 8경기에 77득점(평균 11점), 평균 6어시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포워드 우승연도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뛰다 내부 사정에 따른 출전 선수 정리 차원에서 1년 임대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연 역시 평균 1.7점이던 득점력이 모비스에서 6.1점으로 뛰었다. 올 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뽑힌 신인 천대현은 투지 있는 수비로 다른 팀 감독들까지 놀라게 하고 있다.
유 감독은 거물 스타의 영입보다는 이름값은 떨어지더라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선수를 키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들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훈련과 전술도 유 감독만의 인재 양성 노하우다. 유 감독이 프로 원년인 1997년부터 줄곧 벤치를 굳건히 지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