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도쿄서 유골 봉환식
日 장관 등 대거 참석 예정
한국측은 대사 등 2명만
“일본 측 자리는 사회 저명인사들로 가득한데 한국 측 자리는 텅텅 비어 있을 것을 상상해보면 유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참 걱정입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제강점하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사무실. 21일 일본 도쿄 유텐(祐天)사에서 열릴 한국인 태평양전쟁 강제징용자 유골 봉환식 및 추도식을 준비하던 관계자들이 일손을 놓고 이렇게 털어놓았다.
유족들과 함께 19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인 한 관계자는 일정표 가운데 ‘유텐사 추도식’이라 쓰인 부분에 펜으로 줄을 그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진상규명위는 21일 유텐사에 보관 중인 한국인 유골 중 59위를 봉환한다. 1월 말 101위 봉환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을 위해 유족 30명을 초청해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외무성과 후생성 장관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역사학자 등 저명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할 한국 고위인사는 권철현 주일대사와 김용봉 태평양전쟁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뿐이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겉만 보면 한국이 가해자고 일본이 피해자라고 착각할 만큼 일본 측의 관심이 훨씬 크고 성의가 보인다”고 말했다.
1월 말 충남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추도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측 고위인사는 없고 주한 일본대사는 참석했습니다. 일본 대사가 ‘한국 정부가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진상규명위는 행사를 준비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부처의 장차관급 인사와 국회의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초청장을 발송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국회 일정을 이유로 거절한 분이 많으셨어요. 어떤 분들은 ‘가고 싶지만 과거사 위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부담스럽다’며 거절하시더군요.”
진상규명위는 추도식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한국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앞으로 중단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