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스토브리그는 없었다. 과열 양상이 아닌 폭발 직전이다. 2008년의 주인공을 가리는 한국시리즈보다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서 가라앉을 것 같았던 프로야구가 스토브리그로 더 많은 흥행을 누리고 있다.
스토브리그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A급 선수들의 FA 신청이 러쉬를 이루면서. 예년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손민한(롯데), 박진만(삼성), 홍성흔(두산), 정성훈(히어로즈), 이진영, 김재현(이상 SK) 등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를 신청했다. 전력이 약한 구단으로서는 FA 시장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FA 신청으로 가열된 스토브리그는 장원삼의 트레이드로 화끈하게 타올랐다. 장원삼은 히어로즈의 에이스를 맡고 있는 정상급 좌완투수.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은 장원삼은 지난 주 삼성 라이온즈로 전격 트레이드 됐다.
정상적인 트레이드였더라도 큰 이슈가 될 영입이었는데, 재정난에 허덕인 히어로즈와 부자구단인 삼성이 프로야구 시장의 틀을 깨뜨리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탓에 다른 구단과 야구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야구전문커뮤니티인 ‘엠엘비파크’에는 트레이드가 이뤄진 지난 14일에만 두 구단과 KBO를 비난하는 글이 30페이지 가량 올라왔으며, 다른 스포츠 커뮤니티에도 수 많은 트레이드 관련 글이 쏟아졌다.
2008 스토브리그는 FA 우선 협상 기간인 19일에 절정에 이르고 있다. FA를 신청한 선수가19일 자정까지 소속구단과 재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FA 자격을 획득, 본격적으로 다른 팀과 접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 롯데와 재계약을 맺는데 실패했다. 롯데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손민한은 팀에 잔류할 것이라는 것의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손민한은 롯데와의 몸값차를 좁히지 못해 20일부터 FA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손민한을 포기하고 있었던 구단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게 된 것.
비싼 몸값이 걸림돌이지만 손민한은 많은 팀들이 탐낼만한 투수. 10승을 물론, 15승도 기대할 수 있어 전력상승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손민한을 얻는다면 중하위권 팀이라도 곧바로 4강을 노려볼 수 있다.
FA 대어는 손민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야수 이진영이 소속팀 SK와의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정성훈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이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다.
두산 잔류가 유력했던 홍성흔도 개인 홈페이지에 “머리가 아프다”라는 답답한 심정이 묻어나는 글을 남겨 이적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FA 시장의 열기 고조에는 LG 프론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2002년을 끝으로 6년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LG는 ‘적극적인 투자’를 선언하면서 100억원을 FA 영입에 던지겠다고 밝혔다.
LG의 배팅은 FA를 신청한 선수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스토브리그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장원삼의 트레이드와 FA 시장 이외에도 이혜천의 일본 프로야구 진출과 마해영의 은퇴선언 같은 대형 뉴스가 이어지면서 2008 스토브리그는 마지막 폭발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