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아름다운 섬 칼로카이리는 ‘비너스의 샘’이 자리한 곳입니다. 이 샘물을 마시면 사랑과 행복을 얻게 된다지요.
그 곳에서 중년의 도나(메릴 스트립)는 미혼의 몸으로 낳은 딸 소피(아만다 시프리드)와 함께 작은 모텔을 운영하며 부유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딸 소피는 어느날 젊은 시절 엄마의 일기를 발견하고 결혼식에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빠를 초대하려 합니다. 문제는 아빠 ‘후보’가 무려 셋이나 된다는 점.
지금까지 전국 관객 450만여명을 동원하며 인기가 폭발한 영화 ‘맘마미아!’의 큰 줄거리는 대략 그렇습니다. 뮤지컬로도 친숙한 이 이야기는 추억과 전설의 그룹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요.
‘허니 허니’, ‘댄싱 퀸’,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귀에 익은 노래가 배우의 목소리를 타고 흐릅니다.
아바의 노래 속 가사로 엮어낸 스토리를 들여다보노라면 그 정겨운 이야기가 아바의 노래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노래’여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맘마미아!’의 인기가 그저 아바에 대한 중장년층의 추억 더듬기나 젊은 세대의 새로 듣기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도나와 소피 앞에 나타난 세 아빠 ‘후보’들은 모두 젊은 시절 사랑의 상처 혹은 아픔을 남기고 떠난 남자들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옛 사랑에 도나는 당황하고 보잘것 없는 일상 역시 내놓을 게 못된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히죠. 소피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도나의 두 친구가 그녀를 위로하며 부르는 ‘댄싱 퀸’을 듣고 보면서 왜 눈물이 고여 흐르는 걸까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은 그래서 실감납니다. ‘내게도 저런 친구들이 있을까’, ‘내게도 저런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도나로 분한 메릴 스트립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장면에서 눈물이 흐르고 관객은 그 ‘환한 슬픔’ 속에 사로잡히지요. 딸을 떠나보내는 도나의 회한 젖은 눈빛과, 절벽 위에서 옛사랑의 상처를 되새기며 ‘위너 테이크스 잇 올’을 부르는 도나의 눈물은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남을 듯합니다.
이 쯤 되면 ‘맘마미아!’는 우리 부모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추억과 사랑 그리고 새로운 꿈을 그린 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도나와 소피는 또 다른 희망과 꿈을 찾아나서고, 경제적 어려움과 혼란스런 세상살이 속에 있는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지요.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맘마미아!’를 관람하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중년의 힘겨운 삶을 잠시 위로해드리는 건 또 어떨까요.
윤여수기자 tadada@donga.com
사진제공=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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