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수단?“NO!” 훌륭한 자산 피난처
신용등급 잘따져 기간짧은 상품 선택을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속도로 하락한 이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파생상품 마저 줄줄이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원금 손실 우려를 덜어줄 안전한 자산이다. 원금손실을 꺼리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PB와 채권전문가 7명에게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채권투자 동향과 투자 시 주의점 등을 들어봤다.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사는 ‘채권’
‘Money & Life’ 기사목록
▶ 채권, 불안한 장세 안전한 투자
▶ 자산가들 ‘펀드 NO!’… 이제 믿을 건 특판 예적금뿐
▶ “이런, 안내도 될 세금 내고 계셨군요”
▶ “보험 VIP엔 전담상담사… 가족도 왕으로 모십니다”
▶ 이런 상품도 있었네!
▶ “VIP고객님,영종도 골프장 무료레슨 가시겠습니까?”
▶ 카드사, ‘최고’이미지 위해 쏜다!
▶ “위기는 기회다”…역발상 투자로 2010년을 노린다
▶ ‘주가폭락’ 주식 증여엔 적기
▶ 반토막 펀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 와인… 마시기만 하니? 난 투자한다!
▶ 공연장이야? 은행이네! 은행, 예술에 눈뜨다
▶ 현장에서/펀드투자자 책임은 100,권유한 그들은 제로?
▶ “유학생 가족과 환율고통 분담”
▶ 새 상품 경제가 불안한 요즘 투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PB들은 불안한 장세에서 고액자산가일수록 원금 손실을 꺼리고 자산의 안정성을 우선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고액자산가들은 지난해까지 증시 활황세를 타고 주식, 펀드 비중을 높여갔지만 올 초부터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서서히 안전 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이고 있다.
조내준 대우증권 WM팀장은 “과거에는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절세 수단으로 채권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안전한 ‘자산 피난처’로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고액자산가는 채권 중에서도 고수익을 제공하는 회사채에서 국공채, 금융채, 주요 대기업이 회사채 등 더 안전한 채권으로 투자 방향을 옮기고 있다. 건설사 부실 여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이나 캐피털, 카드채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만기도 1년∼1년 6개월 이내의 짧은 상품을 선호한다. 채권의 만기가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만기가 짧은 채권에 일시적으로 투자했다가 위기가 진정되면 자금을 회수해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려는 전략이다.
○여전히 채권은 유망한 투자처
PB들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 관련 자산들의 위험이 증가한 지금이야 말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에 투자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고 반대로 채권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내 채권 비중은 30∼40%가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그러나 이미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펀드 등 주식관련 상품으로 구성됐다면 주가가 하락한 지금 무리하게 환매해 채권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PB들은 시장 상황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을 추천했다. 보수적 투자자들은 이자율은 낮지만 안정적인 국공채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나대투증권 WM본부 권이재 팀장은 “국공채는 원리금 지급 보장이 확실하고 장기투자 시 절세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국공채 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만기 2, 3년짜리 지역개발채권이나 국민주택1종 채권 등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은행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최근 금융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투자 기회가 늘었다는 것.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김재홍 차장은 “대형 금융사는 부채 상환 능력이 충분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발행기관의 부도, 청산 등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신용등급과 현금 흐름 확인해야
PB들은 채권투자의 기본은 ‘첫째도 신용등급, 둘째도 신용등급’이라고 조언했다. 신용등급 ‘A-’ 이상을 투자할 만한 채권으로 추천했다.
회사채는 발행회사의 신용이 하락하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신용도와 만기일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만기 시까지 회사의 주가 흐름, 재무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채권의 잔존 만기를 확인해야 한다. 잔존 만기가 길어질수록 채권의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채권은 만기 전에 현금화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매매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는 요즘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