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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반토막 펀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입력 | 2008-11-20 03:00:00


올해는 많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4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8.64%, 해외 주식형펀드는 ―49.04%로 원금이 거의 반 토막 난 상황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내년도 유망 투자처에 쏠려 있다.

동아일보는 국내 주요 증권사 8곳의 펀드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내년도 펀드 투자 시 유망한 산업·지역·원자재(상품) 및 피해야 하는 투자처를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 전문가가 꼽은 유망 투자처도 대세(大勢)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났다.

한 전문가가 추천한 투자처를 다른 전문가는 피해야 하는 투자처로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위기가 이제 막 실물경제로 전염되고 있어 내년에도 펀드투자로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 산업은 ‘금융’, 원자재는 ‘원유’

전문가 8명 중 3명은 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금융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정책 공조로 금융회사 부실에 대한 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건실한 글로벌 금융주는 증시 상승 국면에서 상승 탄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태훈 연구위원은 금융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하면서도 “상반기까지는 관망하는 보수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의료서비스, 바이오산업 관련주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선진국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각 정부의 지원도 많아지고, 미국에서 민주당의 집권으로 보건의료 체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망 원자재로는 8명 중 3명이 원유를 꼽았다.

대우증권 이병훈 연구위원은 “올해 7월 이후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기초체력을 볼 때 유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고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투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고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실물경제가 개선된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다.

○ “중국, 내년에 기대해 볼 만”

올해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호재가 있었는데도 중국 증시 하락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전문가 8명 중 4명은 내년도 유망 투자지역으로 중국을 선정했다. 이번 조사에서 단일 투자처로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곳은 중국이 유일했다.

대우증권 이 연구위원은 중국을 선정한 이유로 “비록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해외채무 부담이 적고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기마다 선제 조치를 취하고 있고, 막대한 외환 보유액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정책대응이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유망지역으로 꼽혔다.

○ ‘이곳만은 피해라’

내년에 피해야 하는 투자처로는 전문가 3명이 ‘리츠 펀드’를 택했다.

하나대투증권 김 팀장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고 있고, 부동산을 사기 위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며 “리츠펀드 수익률이 의미 있는 반등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실물경제 악화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정부의 대응능력 및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아프리카 등 프런티어마켓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어느 때보다 ‘분산투자’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본인이 새로 투자하려는 펀드가 이미 투자하고 있는 상품과 어느 정도 상관성을 지니는지 확인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