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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현장에서/펀드투자자 책임은 100,권유한 그들은 제로?

입력 | 2008-11-20 03:00:00


증권 담당기자들은 요즘 펀드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e메일이나 전화를 많이 받는다. 대부분 어떤 위로도 충분치 않을 정도의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어떤 투자자는 30여 년간 직장 생활을 마치고 그동안 모은 저축과 퇴직금을 모두 펀드에 투자했다가 절반 이상의 손실을 봤다. 또 다른 독자는 노후자금을 몽땅 넣은 펀드가 70% 이상 평가손실이 났다며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은행 측에서 “원금 보장이 되고,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요즘 펀드 하나 안 갖고 있으면 바보 취급 당한다”면서 가입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잘만 투자하면 수익률이 일반 예금보다 훨씬 높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졌을 법도 하다.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계좌에 현금만 넣어두고 있자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었던 것. 그런 점에서 투자자들이 은행들의 판촉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충분히 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고 해서 은행들의 잘못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도 ‘간접 투자는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기본 원리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묻지 마 투자’를 한 책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펀드 열풍에 휩쓸린 많은 사람은 정년퇴직을 한 고령 투자자이거나 그동안 평생 한 번도 주식에 투자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정주부들이었다. 주식투자가 대중화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금융 상품이란 예·적금처럼 손실 우려가 없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을 만한 사람들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그토록 위험성이 큰 상품에 투자하라고 선뜻 권유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런 점에서 은행과 감독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성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일을 금융투자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