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는 역설적으로 ‘물질’과 ‘기술’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해지던 정신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 시중 은행들도 금융위기의 쓰나미를 온 몸으로 맞으며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예술품도 자산” 전시부터 투자 컨설팅까지… 아트마케팅 눈길
○ 예술은 마케팅 수단뿐 아니라 자산 관리의 대상
시중 은행들은 예술을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뿐 아니라 예술품 자체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사업 대상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업종의 특성상 은행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영업장 환경 등으로 다른 은행과 크게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은행들은 예술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이미 예술가, 공연, 전시회 등에 대해 후원할 뿐 아니라 화랑을 직접 열거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영업장에 예술품을 전시하는 등 ‘아트 마케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한 예술품 투자 관련 사업은 부유층이나 고액자산관리(PB) 사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술품 등 예술작품은 선진국 명품 수집가들의 대표적인 수집대상이었다. 근래에는 한국에서도 부유층을 중심으로 예술작품들이 유망한 장기투자 대상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
○ 갤러리, 미술투자 컨설팅, 재테크 강좌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국민은행은 전국 30개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국내외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PB고객을 대상으로 크리스티 경매 참관,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지로 떠나는 예술 여행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매달 음악회,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 초청도 병행하고 있다. PB 고객을 상대로 미술품 ‘재테크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약을 맺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를 연중 순회하며 구민회관, 대학 공연장, 도서관, 대학병원 등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악 공연을 정기적으로 선사하는 것.
우리은행은 2004년 우리나라 근대은행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은행사 박물관’을 연 후 은행과 관련된 유물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유명 저금통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또 ‘박물관 갤러리 무료대관 사업’을 통해 신진 작가 발굴과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유망 신진작가 및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도 우리은행 문화마케팅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신한은행은 2006년부터 전국 PB센터에서 ‘갤러리 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PB센터별로 동양화, 서양화, 사진 등을 전시하며 작가와의 만남도 열고 있다.
신한은행은 또한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성 PB 고객을 대상으로 모녀(母女) 고부(姑婦) 자매(姉妹)를 함께 초청하는 ‘가족사랑 명상체험’, 부부를 대상으로 한 ‘부부사랑 명상체험’도 실시했다. 이 은행은 또한 공연활동을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트뱅크’ 이미지로 통할 정도로 아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0월 1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골드클럽에 첫 번째 ‘하나사랑’을 열었다. 하나사랑은 VIP를 위한 ‘골드클럽’ 지점 안에 설치된 예술 전시 공간. 12월엔 경복궁 골드클럽에 두 번째 ‘하나사랑’을 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또한 골드클럽 고객을 위해 고객의 미술품 투자와 컬렉션 관리를 위한 ‘아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자산 중 중요한 부분인 미술품을 종합자산관리 차원에서 외부 미술 전문가를 초빙해 미술품 투자, 컬렉션 관리, 전시 및 디스플레이 등 종합적 예술 컨설팅을 제공한다.
SC제일은행은 고객 성향에 맞게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미술품 관련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미술품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문위원이 직접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 투자 상담을 제공한다”며 “보유 미술품에 대한 평가와 감정, 향후 미술시장 동향과 작품 포트폴리오 구성 등에 대해서도 컨설팅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일반 영업점인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지점에 갤러리를 마련해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한 다른 은행들이 주로 고액 자산가를 위한 유명화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하는 것과 달리 대학생과 신인 작가들에게도 전시 기회를 주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