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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관광 예약’ 작년보다 68% 늘어

입력 | 2008-11-20 03:00:00


■ ‘1만엔=15만원 시대’ 관광객수 역전

“국내 여행보다 싸다” 月 20만명 한국으로

중국행 예약은 반토막… 미국은 10% 감소

일본 찾는 한국인은 月 15만명대로 급감

“1년 전만 해도 1만 엔을 한국 돈으로 바꾸면 7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15만 원이다. 엄청나게 이득을 본 기분이다.”

한국을 자주 찾는 회사원 사쿠라이 이즈미(櫻井泉·49) 씨는 최근 한국에 다녀와 이렇게 말했다.

불과 1년 만에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양국 관광업계도 큰 변화를 맞았다. 신문 방송에서는 ‘엔고인 지금이 기회’라며 관광업계의 판촉이 거세다. 연일 ‘서울 3박 4일 2만∼3만 엔’, ‘부산 2박 3일 1만9800엔∼’ 등의 싼 값을 강조하는 상품광고가 쏟아진다.

일본 여행업협회(JATA)에 따르면 12월 해외여행 예약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행은 전년 동기대비 68%가 늘었다. 같은 기간 홍콩과 유럽이 6∼7% 는 반면 미국은 10%, 중국은 50% 정도 예약이 떨어졌다.

특히 엔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9월 이래 월 20만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몰려들고 있다. 일본 내에서 웬만한 지방에 가는 차비보다 싼 비용으로 3박 4일 해외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네다공항 입국장에는 한국에서 쇼핑한 가방을 든 일본인 여성들로 가득하다. 관광상품 중에는 서울 백화점들의 연말세일 일정이 소개되기도 한다. 엔이 싸고 원이 비쌌던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 와서 쇼핑을 했던 것과 뒤바뀐 현상이다.

반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의 발길은 확 줄었다.

지난해 연간 260만 명이 일본을 찾아 방일순위에서 1위였던 한국인의 올해 일본 방문객수는 7, 8월에는 월 23만∼27만 명이었지만 9월에는 15만 명대로 급감했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관광지다.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온천관광지인 오이타(大分) 현 벳푸(別府)의 경우 한국인 발길이 9월 이래 7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부산-가나자와(金澤)간 페리 호는 승객과 화물 급감으로 10월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이 밖에 각종 테마파크, 골프장 등 한국 관광객이 몰려오던 관광지의 여행상품은 예약이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모 골프장의 경우 예약이 90% 줄었다. 겨울 스키 시즌을 앞둔 홋카이도(北海道) 등 지방 관광지도 예고된 불황에 걱정이다.

‘관광입국’을 내걸고 연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10월 관광청을 설립한 일본 정부는 엔고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시련의 계절을 맞이했다. 반면 한국은 원화가치 하락을 앞세워 관광유치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관광업계엔 기회… 日서 한국행 집중홍보” ▼

오용수 관광公 도쿄지사장

지난달 30일자 아사히신문에는 “지금, 원화가 싼 한국으로 가자”는 제목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한국관광공사가 낸 광고다.

오용수(吳龍洙·54·사진)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이를 “일종의 기회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대일본 광고 예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엔고원저 위기인 지금이야말로 또 다른 기회입니다.”

관광공사가 14∼16일 일본의 JTB, 긴키닛폰투어리스트 등 8대 여행사 사장들을 한국에 초청해 역사문화관광지를 답사시키고 고위 관료들을 만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달 말 한국 백화점들의 세일기간에 맞춰 한국 쇼핑의 이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일본 매체에 실을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260만 명,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24만 명이었다. 그러나 엔이 오른 9월 이후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월 20만 명을 넘고 있다.

“일본도 경기후퇴로 해외여행을 줄이는 추세지만 한국 방문은 예외입니다. 연말까지 방한 일본인은 235만∼2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