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재학시절부터 국내 최고의 센터자리를 단 한번도 놓지 않았던 ‘국보급 센터’ 서장훈(34·KCC)에게 항상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젊은 혈기로 심판에게 너무 강하게 항의하다 좋지 않은 이미지가 굳어졌다. 한 때는 센터가 너무 외곽슛만 던지고, 개인 기록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난에도 시달렸다.
최근에는 FA선수로 KCC로 이적한 뒤 전 소속팀 삼성이 보상선수로 이상민을 데려가 팬들의 따가운 눈총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고의 선수였지만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릴 때는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서장훈은 코트에서는 한결 같았다. 경기에 나서면 항상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98-99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단 한번도 시즌을 거르지 않은 서장훈은 19일 열린 창원 LG전에서 11시즌 462 정규경기 만에 통산 1만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돌파했다. 휘문고 1년 후배이자 대학시절부터 끊임없이 라이벌로 존재했던 현주엽(33·LG)이 기록 달성의 순간에 같은 코트에 있었다는 점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207cm의 큰 키에도 뛰어난 운동 능력과 정확한 중장거리 슛을 갖췄고, 용병들과의 골밑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힘을 갖춘 그였기에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다.
특히 그의 농구철학은 오늘의 서장훈을 만들었다. 그는 “프로선수가 경기를 즐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기를 보러오는 팬들을 위해서 코트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가”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어떤 경기든 코트에서 만큼은 항상 쓰러질 각오로 뛰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장훈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자신보다 큰 하승진(221cm)과 함께 뛴다. 프로무대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다. 스스로도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골밑을 하승진에게 내주고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서장훈의 이번 시즌 목표는 리그 우승이 아니다. 1만 득점 기록 달성도 아니었다. 인기를 잃어가는 농구의 열기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것뿐이다.
서장훈은 “(하)승진이와 함께 좋은 경기를 펼쳐 농구의 붐이 다시 일어나도록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큰 놈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보면 팬들도 즐거울 것이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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