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철도와 지하철의 동시 파업을 막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이 20일로 예정했던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노사는 파업 예정 시간(오전 4시) 직전인 20일 오전 3시 10분 최종 합의문에 서명해 파업을 철회했다.
코레일 노사도 20일 새벽 가까스로 잠정 합의문을 이끌어냈지만 이어진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서 강경파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잠정 합의안 부결 직후 바로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일단 유보'로 가닥을 잡았다.
잠정 합의안은 올해 임금 3% 인상, 내년 상반기 해고자 복직 및 인력운용계획 논의, 영업수지적자 개선 노력, 노사관계발전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 노조가 파업을 피한 것은 급속히 악화된 경제상황에서 파업에 들어갔을 때 쏟아질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경영권 관련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법에 따른 엄정 대처'를 경고한 것도 노조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첫 파업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강수를 빼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바뀐 노동관계법도 영향을 끼쳤다. 철도와 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에 들어가도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남겨야 한다. 전동차 운행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아 그만큼 파업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노조 사무실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후 9시 현재 위원장 직무대행 선출과 재협상 여부, 파업 강행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황정우 위원장을 포함한 현 노조 집행부는 이 자리에서 잠정합의안 부결에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위원장 직무대행이 선출된 뒤에도 당초 계획처럼 파업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안이 부결된 뒤에도 예정 시간에 맞춰 파업에 돌입하지 못한 만큼 철도노조의 투쟁 방향은 파업 강행보다는 재협상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노조와 협의해 구조조정과 민간위탁 등을 포함한 경영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노조 역시 한발 물러섰다. 노사는 또 임단협 협상에서 올해 임금을 지난해 대비 4.18% 올리고 이를 1월부터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