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기자
“4년만에 K리그 복귀… 용병 없어도 자신”
4년 반 전인 2004년 5월 포항 스틸러스는 승승장구하며 K리그 1위를 질주 중이었다. 전년도 7위 팀이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
당시 포항 사령탑이었던 최순호(46·사진) 감독은 “언론에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기자에게 불평했다. 이후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후기리그 1위 수원 삼성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렀고 박빙의 승부 끝에 2차전에서 승부차기로 졌다. 얼마 뒤 최 감독은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취재진과 각 팀 축구 관계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는데 새로 창단된 강원 FC(가칭) 초대 사령탑으로 4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최순호 감독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푸른색 바탕에 줄무늬 양복, 꽃문양이 들어간 붉은 넥타이, 납작하면서 깔끔한 스타일의 안경. ‘그라운드의 멋쟁이’가 돌아온 것이다.
최 감독은 2005년 말 내셔널리그의 울산 현대미포조선 감독을 맡았고 2007년과 올해 내셔널리그를 2연패했다. 내셔널리그의 ‘외도’를 멋지게 마무리한 것이다.
“복귀가 예상보다 늦었다”는 말에 그는 선뜻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프로축구연맹은 2007년부터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K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길을 터줬고 그는 당연히 팀을 우승시켜 K리그 복귀에 욕심을 냈을 터였다. 그런데 팀은 우승했지만 구단은 승격을 거부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K리그 복귀가) 1, 2년 늦은 셈인데 장기적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이는 그의 말에서 지도자로서의 야심이 읽혔다.
앞서 내셔널리그 득점왕 김영후(25)를 포함해 14명을 우선지명으로 확보한 최 감독은 이날 신인 드래프트에서 9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그는 “우선지명은 수비수 중심으로 뽑았고 오늘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확보했다. 염두에 뒀던 선수 중 2명을 빼고는 모두 잡았다”며 기뻐했다. 최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통해 경험 많고 노련한 선수들을 보강할 계획. 일단 내년은 외국인 선수 없이 갈 계획이다.
김원동 강원 FC 초대 사장은 최 감독에게 선수 선발에 대한 전권을 일임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 감독은 “포항에서는 선수 관리나 훈련 방법 등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의 60%밖에 하지 못했다. 강원 FC에서 나머지 40%를 채우겠다”고 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