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프랑스 출신 현대음악가인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 탄생 100주년.
재불(在佛) 피아니스트 백건우(62) 씨는 30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연주한다. 199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그가 이 곡을 한국 초연한 뒤 12년 만이다.
○30일 예술의 전당… 한국 초연 12년 만에 ‘아기 예수를…’ 연주
그는 올해 이 곡을 두 차례 연주했다. 8월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디나르 뮤직페스티벌의 폐막연주회와 9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초청연주회였다.
“류블랴나 시내 한가운데는 프랑스 파리의 센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지요. 걸어서 20분이면 끝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인데 오케스트라가 3개나 있고, 클래식 음악회가 매일 3, 4개씩 열릴 정도로 문화적 수준이 높은 도시였어요.”
인구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류블랴나에서도 메시앙의 이 곡은 초연이었다. 메시앙의 피아노 곡 중에 그만의 독특한 음악적 언어가 가장 풍부하게 담긴 걸작으로 변화무쌍한 리듬과 엄청난 테크닉을 요하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오르간 연주자, 음악교육가로 유명했던 메시앙은 20세기 ‘현대음악’ 언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가장 ‘종교적’인 음악을 했던 작곡가다. 매일 아침 일어나 부인과 함께 새소리를 악보에 채보했던 메시앙은 “새의 노래는 신의 목소리”라고 말한 바 있다.
“메시앙 음악의 힘은 단순히 많은 현대작곡가처럼 실험만 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등 서양의 고전음악에서부터 인도, 중동, 남미의 음악언어까지 다 포괄한 음악적 언어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시간이 넘는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일반적 종교 곡들과 달리 굉장히 힘차고 박력이 있습니다.”(백 씨)
이 곡은 ‘하느님 아버지’ ‘별’ ‘성모’ ‘십자가’ ‘높은 하늘’ ‘시간’ ‘기쁨’ ‘천사’ ‘양치기’ ‘침묵’ 등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주제로 작곡돼 있다. 백 씨는 완벽한 연주를 위해 2년 전부터 성경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이 곡은 단순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아니라 우주의 진리를 표현했다”며 “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게 아니라 신의 위치에서 우주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 미국 뉴욕에서 메시앙의 부인 이본 마리오의 연주로 이 곡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파리에서 메시앙과 자주 만나 교분을 나눴고, 메시앙이 평생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한 트리니테(삼위일체) 성당에서 미사 반주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메시앙 같은 대작곡가이자 유명한 교수가 일생을 조그마한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봉사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더 커다란 음악과 종교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겸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완벽한 연주 위해 2년 전부터 성경 공부
메시앙의 ‘아기 예수…’는 마지막 곡에서 종소리가 호화찬란하게 울리고, 하느님의 주제가 점점 커지면서 장엄하게 끝을 맺는다. ‘사랑의 대성당(l'Eglise d'amour)’이 주제다. 백 씨는 “메시앙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랑으로 뭉쳐진 대성당’은 눈에 보이는 건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곧 기쁨이고, 기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이상적인 세계이며, 음악과도 통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베토벤이나 메시앙이나 표현하고자 한 것은 같았습니다.” 2만∼6만 원. 02-318-430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