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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위기 땐 채권 - 자산 全분야서 리스크 재평가해야

입력 | 2008-11-22 02:59:00


《불황기의 생존경영(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다.

그러나 막상 겨울을 견뎌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호황기에 불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불황을 견뎌내고 생존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기업이 앞으로 다가올 기나긴 ‘겨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추운 날씨에 맞게 체질과 행동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불황기를 이겨내게 해주는 생존의 키워드는 ‘현금’과 ‘위험관리’다. 또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냉정한 현실을 인정해야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다.

○ 위기 때의 현금은 생명줄

1000억 원의 장부상 이익이나 자산을 가지고도 수십억 원의 현금이 없으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 경기 침체기의 특징이다. 건강한 사람이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과 같다. 평상시에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하면 빌리면 된다. 그러나 침체기에는 대형 금융기관조차 ‘제 코가 석 자’이기 때문에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내 손 안에 있는 현금뿐이다. 따라서 기업은 보유 현금을 가능한 한 늘려야 하며 현금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을 신속히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

○ 리스크의 기본 전제를 바꿔라

남태평양의 쾌적한 휴양지에서 여유롭게 지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찬바람이 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에 내동댕이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하던 사람도 저항력이 약해져 병을 얻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성장-호황기의 리스크와 위기 상황의 리스크는 기본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개념으로 리스크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은 매출채권, 고정자산, 투자자산 등 영업과 자산의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한다.

겨울이 왔으면 겨울의 기준으로 사물을 봐야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따뜻한 봄날의 좋았던 기억을 잊지 못해 겨울이 왔는데도 사물을 보는 기준을 바꾸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명심하라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성공의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짐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8년(1965∼1973년) 동안 베트남의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다.

그의 회고에 의하면 수용소에서 가장 일찍 죽는 사람은 비관론자가 아니라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였다고 한다. 이들은 크리스마스에는 수용소를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자기 자신에게 일종의 최면을 걸고 희망을 불어넣다가 좌절되면 실망하고, 바로 다음에는 추수감사절의 석방을 기대했다. 추수감사절 석방이 좌절되면 다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끝내 극단적 실망에 빠져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면 스톡데일 장군은 분명히 풀려난다는 신념을 가지되 단기간에 석방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용소 생활을 받아들여 견뎌냈다고 회고했다. 이후 사람들은 극한 상황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부르게 됐다.

이는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희망을 잃지 않되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바로 불황기 생존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