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 위치한 팜데일 공군기지에 국회의원과 취재진이 모였다.
잠시 후 미확인비행물체(UFO)와 비슷한, 생소한 모습의 비행기가 이들 앞에 위용을 드러냈다.
부메랑 모양의 특이한 외형과 축구장 절반 크기의 규모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1998년 11월 22일 공개된 B-2 스텔스 폭격기의 첫 인상은 파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B-2 스텔스 폭격기의 기능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커졌다.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도장 덕에 전파반사율이 B-52 폭격기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적의 레이더에는 새 크기 정도로밖에 감지되지 않는다.
또 핵폭탄은 물론 위성으로 폭격 지점을 유도하는 합동정밀직격탄, 레이저 유도탄 등 22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다.
당시 미 공군은 B-2 스텔스 폭격기 2대가 재래식 폭격기 75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B-2 스텔스 폭격기가 준 충격은 또 있었다. 대당 가격 1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즉각 미 공군에 예산 낭비라는 비난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여기에 1991년 B-2 스텔스 폭격기 개발 필요성의 근거였던 소련이 붕괴하자 미 공군은 B-2 스텔스 폭격기의 생산 계획을 132대에서 21대로 줄였다.
그래도 끊이지 않던 비난은 1999년 B-2 스텔스 폭격기가 첫 전투에 투입된 후 잦아지기 시작했다.
1999년 5월 19일 새벽 미국 미주리 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이륙한 B-2 스텔스 폭격기는 13시간을 논스톱으로 날아 코소보전쟁이 벌어진 세르비아 지역에 잠입해 목표 지역을 정확히 폭격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150대가 넘는 컴퓨터를 탑재한 난공불락의 B-2 스텔스 폭격기에도 약점은 있었다.
올해 2월 23일 미국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B-2 스텔스 폭격기 한 대가 이륙직후 추락했다.
미 공군이 4개월간 조사를 벌인 결과 추락 원인은 폭격기의 24개 센서 중 3개에 오작동을 일으킨 괌의 높은 습도였다. 폭격기가 이륙을 위해 위로 향했는데도 기체가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컴퓨터가 급상승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모든 것을 숨긴다는 스텔스기도 자연 현상 앞에서는 완벽할 수 없는 것 같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