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니신도시, 주변 땅값이 개발지보다 더 올라…
《330만 m²(100만 평) 미만인 미니 신도시 주변 일부 지역은 땅값이 신도시 내부보다 더 많이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지역에 투기수요가 붙으면서 기반시설이 좋은 신도시보다 인근 지역 토지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이상 현상이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 주변 지역도 관리대상에 포함해 투기를 방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국토해양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최근 작성한 ‘개발사업이 주변지역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평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
사업지는 토지거래 금지
주변지는 거래 자유로워
시세차익 노린 수요 몰려
국토부, 투기방지책 골몰
○ 개발지 주변 땅값 상승폭 커
국토부는 부천 상동, 남양주 평내, 파주 교하, 대전 노은2, 김해 진영, 청주 산남3지구 등 전국 택지개발지구의 땅값 추이를 △사업 초반기(1993∼1997년) △중반기(1998∼2002년) △후반기 이후(2003∼2007년) △현재(2008년)로 나눠 분석했다.
경기 부천시 상동지구(상동, 중동, 송내동 일원)의 중심인 상동지역 땅값은 일부 사업지가 준공되기 시작한 2003년 초부터 급등했다. 그 결과 2003년 이후 5년간 연평균 26%의 땅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상동지구 주변 지역인 범박동 일대 연평균 땅값 상승률은 상동의 2배 수준이 넘는 56.9%에 이르렀다.
물론 경기 파주시 교하지구처럼 개발기간 내내 사업지의 땅값 상승률이 주변 지역보다 높게 형성된 사례가 더 많다. 사업지는 도로망 등 기반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이 인근 동네보다 잘 갖춰져 있어 감정 평가 때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지개발지구 지정 이후 토지거래가 금지되는 사업지에 비해 거래가 자유로운 인근 지역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면서 부천 상동지구처럼 주변 지역 땅값 상승폭이 사업지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곳이 생긴다.
○ ‘큰손’의 지방 땅 매입
최근 지방 토지시장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중반에는 자금 동원력이 있는 ‘큰손’들이 중장기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지방 택지지구 주변 토지를 매집하곤 했다.
대전 노은2지구를 보면 1998년 기본설계가 완료됐을 무렵 사업지 내부인 반석동 일대 땅값은 연간 평균 3.5% 안팎 올랐다. 반면 주변 지역인 유성구 신봉동 일대의 연평균 상승률은 110.7%. 이곳 택지지구 외곽 땅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오르는 현상이 연출됐다.
경남 김해시 진영지구 인근 동네인 풍유동 토지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보합세를 보이다 진영지구의 도시기반시설이 갖춰진 2000년대 중반 본격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수도권 택지지구에는 사업 초기부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지방 택지지구는 개발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 뒤 매수세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주변 지역 땅값 관리할 필요 있어
최수 국토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개발사업 주변 지역의 개념을 정립해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의 범위를 얼마로 할지가 관건이다. 너무 넓게 잡으면 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너무 좁으면 투기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에 2차 용역을 맡겨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사업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투기 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