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오바마로 회사에 부담”
해외담당 부회장이 승계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수장’이 교체됐다.
월마트는 2001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일해 온 리 스콧(사진) 회장이 내년 2월 퇴임하고 마이크 듀크 현 해외담당 부회장이 그 뒤를 잇는다고 21일 발표했다.
월마트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낸 점에 비춰 월가는 이번 인사를 ‘전격적인 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24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신임 듀크 CEO는 1995년까지 미 유명 백화점에서 23년 가까이 근무한 뒤 월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담당 부회장으로 독일과 한국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월마트가 앞으로 해외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롭 월턴 이사회 회장은 “이번 인사는 스콧 회장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CEO 교체가 문책성 인사가 아니고 이미 2년 전부터 후임 인사를 물색해왔다는 것.
이번 인사에 대해 그동안 민주당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월마트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스콧 회장 시절 월마트는 민주당 주도의 노동친화적인 법안이나 의료보험 확대 조치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오바마 후보 당선은 회사에 불리하다며 직원들에게 오바마 후보를 찍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 지금까지 역대 대선에서 정치후원금도 공화당에 압도적으로 많이 냈다.
포천은 “‘친노동’ 정책을 표방하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 코드에 맞춰 어떤 경영전략을 구사할지가 월마트 경영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