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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새 골프女帝신지애

입력 | 2008-11-25 02:59:0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DT 챔피언십은 LPGA 시즌을 마감하는 대회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는 시즌 전체의 상금 순위를 바꿔 놓을 만큼 거액이다. 경기가 열린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코스는 설계부터 까다롭게 돼 있고 그린이 무척 빠른 데다 18홀 내내 강풍이 불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우승한 신지애 선수의 최종라운드 티샷은 페어웨이를 딱 한 번 벗어났다. 그린 적중률도 90%에 육박했다.

▷1타 차로 준우승을 해 상금 10만 달러에 그친 호주 출신 캐리 웹은 “미국 LPGA에 도전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잠재력이 가장 큰 선수”라며 “신지애는 가장 어려운 16, 17, 18번홀에서도 공을 깃대에 붙였다. 퍼팅도 잘한다. 위대한 선수다”라고 찬사를 연발했다. 3위를 한 폴라 크리머는 “신지애는 굉장한 상상력으로 공을 똑바로 친다. 그가 내년에 LPGA에 참가하면 여자 골프에 큰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우 겸손해서 좋다”라고 말했다.

▷골프 여제(女帝)라 불리던 안니카 소렌스탐(38)이 ADT 챔피언십을 끝으로 LPGA 무대에서 은퇴했다. 소렌스탐은 LPGA 대회에서 72승을 올렸으며 올해의 선수상을 8차례나 받았다. 박세리 선수는 우승의 문턱에서 소렌스탐의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신지애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세계무대에서 ‘넘버 원’이 돼 다른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 꿈”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신지애가 박세리가 넘지 못한 벽을 뛰어넘어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골프 여제로 등극하는 것이 불가능은 아닐 듯싶다.

▷신지애는 11세 때인 1998년 박세리 선수가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운 박세리 키즈다. 박세리가 외환위기 속에서 좌절하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신지애도 글로벌 경제위기 한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신지애는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피나는 연마를 통해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체득한 듯하다. 그는 상금 100만 달러로 “한국에서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 자선의 기부를 하고, 미국에 머물 집을 장만하겠다”고 말했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