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시-슈바르츠 부등식’을 증명하면서 응용 문제를 풀어보자.”
21일 오후 대구 북구 복현동 성화여고(교장 이영태)의 자습실 옆 ‘수학 토론방’. 2학년 학생 10명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2003년 몇몇 학생이 자발적으로 모여 수학을 공부하던 6.6m²(2평) 남짓한 방이 이제 학교의 자랑으로 자리 잡았다. 5년 만에 KAIST에 진학해 여성 과학자를 꿈꾸는 예비 인재도 배출됐다.
주인공은 수학 토론방을 이끄는 장지은(18) 양. 장 양은 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내년 3월 KAIST에 입학할 예정이다. 토론방을 거친 선배들은 대부분 이공계 쪽으로 진학했다.
장 양은 “이곳은 우리의 꿈이 자라는 공간”이라며 “훗날 뛰어난 수학 교수가 돼 한국의 기초과학을 튼튼히 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지만 수학 토론방은 무척 알차다.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면서 사고력과 토론력, 발표력 등을 키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 가장 바람직한 의견으로 발전시키는 ‘통합적 공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학 토론방 자랑에 앞 다퉈 나섰다. 생명과학도를 꿈꾸는 이지은(18) 양은 “딱딱하던 수학이 재미있게 바뀌었고 내가 헤매던 문제를 친구들이 제시한 시각으로 해결할 때는 짜릿하다”고 말했다.
수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황희원(18) 양은 “친구들마다 비슷한 생각을 할 줄 알았는데 문제를 놓고 씨름하다 보면 의외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겨 우정도 깊어진다”고 좋아했다.
또 김다진(18) 양은 “이렇게 토론을 하면 수학이 줄 수 없는 장점도 생긴다”면서 “자칫 독단에 빠질 수 있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효민(18) 양은 “토론방에서 수학과 과학 실력을 키워 미래의 자랑스러운 여성 과학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여성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와이즈(WISE)’의 대구경북센터인 대구가톨릭대와 연결해 과학캠프 등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와이즈는 이공계 진학을 꿈꾸는 여학생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마련한 과학기술 프로그램.
이 토론방에 전교생(1300명)이 참여할 수는 없지만 토론식 수학공부 분위기는 점차 교내에 퍼지고 있다.
옥성호(44) 수학교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수학 실력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어 굉장히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