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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울긋불긋 단풍터널 2·3km… 불타는 만추 속으로

입력 | 2008-11-26 03:02:00


《며칠 전. 기온이 뚝 떨어지고 매섭게 바람이 몰아치던 날.

집안 어른처럼 모시고 존경해온 분께서 세상을 하직하고 홀로 먼 여행길에 오르셨다.

그리고 이튿날. 거리는 전날 몰아친 강풍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뒤덮어 스산했다.

아울러 익을 대로 익었던 가을도 그분처럼 그렇게 홀연히 내 곁을 떠났다.

그냥 조용히 스러져 평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등진 그분. 그래서 그 이별은 더욱더 안타까웠다.

세상을 놓기 직전에는 직접 지은 무 농사의 가을걷이까지 끝내고 동무들과 어울려 내장산 단풍구경까지 다녀오셨다.

평소처럼 할 일 깔끔히 정리하고 만추지정의 내장산 풍경까지 즐기셨다니….

황망한 중에도 인생의 멋진 피날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풍진 내장산을 나는 그분에 앞서 다녀왔다.

여행을 전문으로 하고 온 세상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지마는 그렇다 해서 모든 멋진 것을 다 볼 수는 없는 것.

어릴 적부터 매년 이맘때면 TV와 잡지 신문 등을 통해 단풍터널로 이름난 내장산의 가을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건만

직접 가보기는 내게도 처음이었는데 정말로 장관이었다. 내년 가을에는 잊지 말고 꼭 한 번 다녀오기를 권한다.》

푸조 308SW 타고 내장산 단풍길 드라이브

‘호남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에 있다. 국립공원으로 보호 중인데 내장사와 백양사, 이렇게 두 지구로 나뉘어 있다. 두 곳 모두 절과 아우러진 자연의 풍광이 대한민국의 지존을 따질 만큼 빼어나다. 그리고 온 산을 불태우듯 빨갛게 물든 ‘애기 단풍’은 이 두 사찰이 깃든 내장산 만추풍광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애기 단풍은 애기 손바닥만큼 작은 잎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 내장사에는 명물이 또 하나 있다. 단풍터널 길이다. 내장산국립공원 입구와 내장사를 잇는 지방도 49호선의 길가 양편에 줄지어 늘어선 단풍나무가 가지를 교차하며 이뤄낸 풍치 만점의 2.3km 구간이다. 한겨울 눈 내릴 적이면 눈꽃터널로 변하기도 하는데 내장산과 내장사를 찾는 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걷게 된다.

올가을 나는 이 단풍터널 길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제대로 보여줄지로 고민했다. 문제는 빨간 단풍잎과 파란 하늘, 까치밥으로 남겨둔 주황빛 감이 두루 어울린 내장사 단풍터널 길 풍경을 보여줄 방법이었는데 해답은 의외로 쉽게 찾았다. 지난달 국내에 소개된 푸조 308SW가 그 솔루션(해결책)이었다. 천장 전체가 통유리로 덮여 ‘하늘을 담은 자동차’로 불려온 307SW의 후속으로 푸조의 8세대 최신 모델이다.

천장을 살피니 308SW의 유리창(1.68m²)은 307SW보다 좀 더 넓어졌다. 외관과 내장도 모두 업그레이드 돼 좀 더 날렵하고 스포티했다. 나는 이 널찍한 천장 유리창에 단풍터널의 단풍과 까치밥 감, 그리고 파란 가을하늘을 담아낼 참이었다. 그리고 그 감칠맛 나는 풍광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전달하기로 했다. 방법도 308SW에서는 의외로 쉬웠다. 뒷좌석을 접어 확보한 널찍한 공간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거기에 카메라를 고정한 뒤 혼자 운전하면서 단풍터널을 촬영(동영상 참조)하는 것이었다.

오전 7시 내장산국립공원 입구. 절정에 오른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여행객들로 벌써부터 북적였다. 입구에서는 공원 직원들이 사찰용무 차량 외에는 통행을 일절 막았다. 쾌적하고 안전한 단풍터널 길 감상을 위한 조치였다. 나는 취재 의도를 설명한 뒤 가까스로 통행허가를 얻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켜고 동영상 모드에 맞춘 다음 셔터를 누른 뒤 운전석으로 돌아와 서서히 차를 몰고 단풍터널 길 투어에 돌입했다.

15분 후. 동영상을 되돌려 본 나는 깜짝 놀랐다. 파노라마 유리창을 통해 차량의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내장산의 가을 모습은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너무도 특별한 풍경이어서다. 어느 누구도 그런 방식으로는 감상해 본적 없는 독특한 광경, 308SW가 아니면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기막힌 풍경을 카메라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 두었다. 단풍터널 길이야말로 308SW만이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풍치 도로임에 틀림없었다.

백제 고찰 내장사. 창건은 636년 백제 무왕 때지만 임진왜란과 6·25전쟁 중에 소실돼 현재의 대웅전은 49년 전 중건한 것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일주문에 이르렀다. 사찰에서 일주문은 속세와 법계의 경계다. 법이란 곧 부처님의 말씀이니 법계(法界)란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연화(緣化·설법 들을 인연이 있는 사람을 교화하는 일)와 법장(法藏·불경)의 세상이다.

내장사는 주변 지형이 특이하다. U자 형태로 포진한 아홉 개의 산봉우리(해발 250∼763m)에 에워싸인 형국이다. 그래서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편안해진다. 마치 엄마 배 속의 아기집처럼 아늑하고 엄마의 젖무덤처럼 포근하다.

내장사를 나와 케이블카에 올랐다. 그리고 불과 5분 만에 내장사와 사찰 진입로의 주변 단풍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에 올랐다. 사찰은 예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홉 봉우리의 대부분은 조망됐다. 그 모습은 마치 연꽃과도 같았다. 고찰의 진면목은 유서 깊은 가람과 더불어 이처럼 기막힌 자리매김에서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내장사 같은 고찰을 찾고 싶다면 새벽 드라이브로 아침 일찍 찾으라는 당부다. 오전 3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스님처럼. 함께 모여 마당과 길을 빗질하는 스님들로 부산한 아침 산사의 청징한 모습을 꼭 한 번 만나보시라는 말씀.

▶dongA.com에 동영상


▲ 영상취재 : 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정읍(내장사)=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내장산국립공원 내장사 지구: 호남고속도로∼정읍 혹은 내장산 나들목.

◇내장산 국립공원

△내장사: 1979년 인도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 중. △내장산 탐방안내소: 케이블카 탑승장 부근. 내장산을 3000분의 1로 축소한 모형 전시.휴대전화 충전,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 주변 관광정보도 얻을 수 있다. 공원해설 프로그램(http://visit.knps.or.kr)도 운영 중(063-538-7874∼6). 월요일 쉼. △산책코스: 탐방안내소∼원적암∼벽련암∼탐방안내소(3.8km), 2시간 소요.

|푸조 308SW HDi|

엔진=1997cc 4기통 16밸브 디젤 터보

최고출력=138마력(4000rpm)

변속기=6단 자동(스포츠 모드 포함)

구동방식=전륜

표준 연료소비효율=L당 15.6km

가격=3960만 원(세금 포함)